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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Oct 01. 2018

시를 읽고, 쓰다

<시를 잊은 너에게>를 읽고

시(詩)는 우리 삶에서 잊혀갔다.
고되고 권태롭고 무의미한 삶을 구제할 건 오로지 시뿐이건만
우리는 더 이상 시를 읽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옆엔
항상 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당신은 아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시를 보지 않는다.    


책 제목처럼 나는 자주 시를 잊고 지냈다. 근처도 지나지 않았다. 덕분에 감정은 조금씩 말라갔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것에도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한 달에 시집 한 권은 빼먹지 말고 읽자던 다짐은 지난 5월부터 옅어졌다. 반성의 의미를 담아 구입하고 읽었다.    


이 책은 단순히 시를 읽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필사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한쪽에 제공한다. 덕분에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읽을 수 있다. 1장 ‘나 이제 그대를 떠나지 않으리’는 사랑의 충만함과 기쁨에 대한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2장 ‘내내 어여쁘소서’는 이별, 그리움에 대한 시들이고, 3장 ‘아름다운 얘기를 하자’는 삶에 관한 다양한 성찰을 하는 시들이다. 마지막 4장은 ‘눈이 오시면 내 마음은 미치나니’는 계절과 자연을 노래하는 시들을 모아뒀다. 지금도 백팩에 이 책이 자리 잡고 있다. 짬을 내어 펼쳐 들면 기분이 좋아진다.    


시(詩는) 흑백영화처럼 진부해진 일상과 낯익은 세계를 하나둘씩 형형색색 새롭게 태어나게 만든다.
-김용규(작가, 철학자)    


나는 요즘 순천을 자주 오간다. 국도를 통해 이동하는데, 아름다운 산과 들을 마주할때면, 나도 모르게 차를 세워두고 잠시 그곳의 바람을 맞는다. 시를 읽은 덕분일까. 바람이 달콤했다. 어느때보다 분주하게 흘러가는 잠깐의 가을을 놓치지 말자. 시를 읽고 가슴으로 새기는 하루하루가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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