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누군가와 대화중이었다. 삼십 대 초반의 그는 국립대 경영학과를 작년에 졸업했고, 공기업에 문을 두드렸다.
"저는 야근까지 하면서 출퇴근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직장은 안 맞는 것 같아요. 정시 출근에 정시 퇴근, 이후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을 꿈꿔요."
퇴근 후, 뭘 하고 싶은 건지 물었다. 그는 이런 얘기는 처음 꺼내는 건데, 학창 시절부터 웹소설을 줄곧 써왔다며 글쓰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취업 준비라는 핑계로 글을 잘 안 쓰다시피 하니까, 쓰고 싶은 날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그런 상태가 일 년이 넘었다고 했다.
닮은 고민을 하는 그가 반가웠던지 내 이야기를 꺼냈다. 당신과 같은 고민이었고, 지금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무엇이라도 쓰고 있다고. 시간 날 때마다 글감을 수집하고, 웹소설까진 아니더라도,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글쓰기라는 공통 주제가 결합되니, 이야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는 중간에 쓴 소설로 출간 계약까지 갔다가, 출판사가 망한 이야기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부딪쳤던 지난날의 해프닝을 낱낱이 고백했다. 그렇게 9월의 끝자락, 늦은 시간까지 우린 글과 삶, 꿈에 대해 밤하늘에 읊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