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춘프카 Oct 15. 2018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의 부활을 꿈꾸며

경이로운 이야기, 절묘한 반전 그리고 긴 여운.

졸린 눈을 비비며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는 익숙한 목소리의 한 사내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김영하입니다. 모두 안녕하셨습니까?"
 내게 팟캐스트는 사실 <나는 꼼수다> 때문에 처음 접할 수 있었다. 나꼼수 이후로는 벙커특강이나 이털남(이슈 털어주는 남자)을 듣곤 했다. 그러다 책을 읽어주는 팟캐스트는 없을까?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견한 것이 <김영하의 책 읽어주는 시간>이다.
 같은 남자가 들어도 매력적인 목소리에, 담백하고 차분하게 책을 읽어주는 게 매력적이다. 몰랐던 새로운 책들을 접하고 귀로 듣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흥미롭다.



 소개해 주는 여러 책 중에 특별히 관심을 끄는 소설 한 권이 있었다. 마르셀 에메라는 프랑스 작가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다. 프랑스 문학계의 짧은 이야기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마르셀 에메는 익살스럽고 특이한 인물을 창조한다. 이야기는 간결하면서도 익살스럽고, 위트와 아이러니와 역설의 효과적인 배합으로 독창적인 패러디를 구사하는 유쾌한 작가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는 그의 대표작 다섯 편을 모은 책이다. 분량 또한 적은데다 한 편의 이야기마다 정말 재미있어서 책장을 넘기기가 아쉬울 정도였다.
 
 다섯 편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생존 시간 카드”, “속담”, “칠십 리 장화”, “천국에 간 집달리”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만 봐도 흥미롭다. 각각의 이야기 모두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몇 번이고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경이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아이들이나 하는 일로 여기기가 십상이다.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현실과 단절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른들 역시 경이로운 것을 대단히 좋아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담은 어른들을 괴롭히는 어떤 형이상하적인 불안에 대해 때로는 친절하고 때로는 비통한 해답을 제공해준다.” - 마르셀 에메
작가의 이전글 난 광주에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