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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May 09. 2019

주먹을 쥐고, 달리다

복싱 - 깊은 호흡을 내쉬며

뜨거운 땀을 흘려본 적이 언제였던가. 기억이 흐릿하다. 매일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광주에서 순천을 자주 오가는 장거리 운전 덕분에 체력은 점점 더 바닥을 기고 있었다. 나 자신을 위해 일주일에 몇 번은 시간을 쓰고 싶었다. 그래야 내 앞에 놓인 여러 일들과 지키고 싶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당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실은 이러한 생각은 수개월간 지속되었다. 막상 무엇인가를 시작하려 하면 겁이 났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다닐 수 있을까'가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었다. 매달 다이어리에 한 달 일정을 쓰다 보면, 저절로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빡빡하게 적어놓은 스케줄을 마주하며 '할 수 있을까?' 물음이 자주 따라붙었다. 선뜻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벽처럼 다가왔다. 숱한 번민의 시간이 흐르고, 이대로 더 머뭇거릴 순 없다는 생각으로 여러 곳을 알아봤다. 결국 내 선택은 '복싱'이었다. 다행히도 집 주변에 실력 있고 성실하게 가르쳐주시는 코치님이 계신 것을 파악하여 지난주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시간이 되는 날은 퇴근하는 대로 바로 달려가 운동에 집중했다. 간단한 몸풀기로 줄넘기를 하는데 온 몸이 녹는 것 같았다. 복싱 글러브를 끼고 기본 스탭을 연습하며 잽과 스트라이트를 배웠다. 시작한 지 10분도 안되어 온통 노란빛이 감도는 현상이 발생하긴 했지만, 온몸에 흐르는 이 땀이 고마웠다.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어제는 운동을 마치고, 곧장 산책 겸 달리기를 시작했다. 3km 정도 뛰었는데, 좋았다. 귓가에 울리는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가 그날 배경음악이었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역시. 하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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