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아픈 구두도 가끔 신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집을 정말 좋아하는 편이다. 만화책도 좋아한다. 마스다 미리는 "뭔가 잘 사는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런 것들을 즐기면서 그럭저럭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라는 느낌으로 내게 다가온다. 압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압박마저도 일상의 한 부분과 어느새 섞여들어간다는 느낌. 그래서 일상으로 읽는 책이 내 삶의 변주가 되는 그런, 따뜻한 글들이다. 신기할 정도로 마스다 미리의 글은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저, 맛있는 것을 보고, 예쁜 것을 보고, 좋은 것을 사고 했을 뿐인데도 그렇다.
사실 아픈 구두를 신지 않을 나이가 되긴 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 라는 노래와는 상관없이, 구두를 신은 발이 아프면 점점 하루가 빨리 피곤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이전부터도 열심히 운동화만 신던 나였지만. 그래도 가끔, 견딜 수 없을 만큼 구두가 신고 싶어지면 트렁크에서 구두를 꺼낸다. 이 구두는 무려 8센티의 굽을 자랑하는 무시무시한 구두인데, 좀 오래 되어 너덜거리긴 한다. 그래도 굽이 단단해서, 언제든 신어도 괜찮다는 기분을 준다. 마음에 드는 구두라는 뜻이다.
아, 갑자기 구두 이야기로 빠진 건 이 책의 제목에 꽂혔기 때문이다. '나는 아닌데!' 라는 반발로 이 책을 선택했으니까. 사실 마스다 미리의 삶은 내 생각보다 굉장히, 평안하고 느긋하다. 부러워서 질투가 날 정도다. 일상적으로 산책하고, 가끔 일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고, 좋아하는 곳에 여행을 가는 그런 삶. 나는 연차 내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여행을 포기하고, 돈을 고민하다 맛있는 것 대신 저렴한 것을 고르고, 항상 일을 하고, 산책은 가끔 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질투가 가득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스다 미리는 내게 즐거움이다.
그녀는 맛있는 것을 좋아한다. 맛있는 것을 맛있게 먹을 줄 안다. 그건 정말 축복받은 삶 같다. 맛있는 것을 맛있게, 예쁜 것을 예쁘게 느끼는 것은. 아름다운 곳에 가서도 이런 것 따위! 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맛있는 것을 먹어도, 음 뭐 그렇네, 하고 던져 버릴 사람도 있을 테니까. 그런 점에서 마스다 미리는 완벽하게 내 취향에 부합한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알기 때문에 그녀는 내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나는 가끔 솔직하지 못하다. 피곤해도 피곤하지 않은 척 하고, 관심이 없어도 관심이 있는 척 한다.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버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마스다 미리의 글을 읽으면,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상관 없잖아, 하는 다정한 말을 들은 기분이 든다. 마음이 얼어붙었다고 표현한다면, 그 얼어붙은 마음을 호호 불어주려고 하는 느낌이다. 나는 지나치게 무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책을 읽으며 조금 반성했다. 조금은 무리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역시 내 삶에서 기모노는 즐거움의 대상인 모양이다. 에세이를 읽으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중고 장터(인데 중고 기모노 매물이 많이 나오는) 였다. 가끔은 내 솔직함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사랑해야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에 너그러워져야지.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많이 먹기 위해서라도 역시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되새겼다. 그렇게, 좋고 좋기만 한 책이 마치 끝나지 않을 것처럼 끝난다.
아주 가끔, 할 일 없이 심심한데 하고 싶은 것도 없을때 그녀의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그녀처럼 여유를 가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