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나는 '마음'으로 걷는다.

"자신이 조금 커진 것 같았습니다." <나는 입으로 걷는다>

by 이중생활자

더운 여름날이었다.

일을 좋아해도, 몸과 마음이 동시에 지치는 날이 있다.


그날이 딱 그랬다.
아이들 앞에서 웃었고, 농담도 건넸지만
에어컨 바람조차 나를 식혀주지 못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책장 앞에 섰다.
그리고는 눈에 들어오는 책 한 권을 집어들었다.



『나는 입으로 걷는다』 – 오카 슈조



언제부터였을까.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가 ‘나는 입으로 걷는다’라고 말하는 일이
어느 순간부터는 나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이 되어 있었다.



『나는 입으로 걷는다』는
태어나서 한 번도 걸어본 적 없는 다치바나가
특수 침대차에 누워 친구 집으로 향하는 길에
여러 사람을 만나며 겪는 이야기다.

그는 입에 물린 막대기 하나로
세상을 보고, 듣고, 표현하며 살아간다.



그 여정에서 그는
입시공부에 지친 삼수생,
장애인을 무조건 불쌍하게 여기는 광신도 아주머니,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치매 할아버지,
"그런 몸으로 왜 밖에 나왔냐"고 화내는 아저씨,
그리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게 인간의 지혜’라 말하는 자원봉사 할머니를 차례로 만난다.



그러면서 다치바나는 자신이 항상 누군가에게는 도움을 받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당신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는 걸요.

제가 당신에게 힘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당신도 저에게 힘을 주고 있어요.”




물론 나쁜 말을 해대는 마음의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다.



“남한테 폐를 끼치면서까지 산책을 하려는 심보를 모르겠구먼.

무엇보다 그런 몸으로 혼자 밖에 나올 생각을 하다니, 너무 뻔뻔해!”



어쨌든 사람들은

다치바나의 조용하지만 강한 태도, 낙천적이고 단단한 시선 속에서

자기 삶을 되돌아본다.




이 책은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라기보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움직일 수 없어도 ‘나아간다는 것’,
불편한 몸으로도 ‘산다는 것’.
그 진심을 가장 담담한 언어로 들려준다.



***



나는 한때 작가였고 지금도 작가이다.
문학상을 수상했을 땐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생활비를 걱정하며 한 달을 버티는 사람이다.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이라 불리는 지금의 일은
감사하고, 기쁘고, 소중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비정규직, 미혼, 빚, 멈춰버린 글쓰기 커리어...


여전히 ‘망한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망한 작가로 살아가는 일은
꽤나 끈적거리는 여름밤 같았다.
하고 싶은 것에는 늘 제약이 따랐다.
시간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인간관계적으로도.



그럴 때 이 책은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었다.
장애도, 글을 쓰는 것도,
잘 풀리는 삶이든, 잘 풀리지 않는 삶이든,
결국은 모두 ‘마음으로 걷는 일’이라고.

오늘도, 이 책이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었다.



‘하아. 지친 몸과 마음이 모두 회복되었어.’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지금껏 내가 무너지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가르쳐준 ‘태도’ 덕분이었다.

문학이 가르쳐 준 태도인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더불어

이 책이 가르쳐준 '긍정적 마음으로 걷는 일' 덕분에

나는 여전히 마음으로 잘 걸어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인생, 그림자만 보지 말라고! >.<





***



“나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마음은 늘 먼저 걸었다.”



***


“‘그렇지만 아주머니는 일하면서 세금을 냈고,
우리는 계속 받기만 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부끄럽군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다른 생물들은 약육강식, 그러니까 강한 것이 살아남지만
인간은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 낸 걸요.
전, 인류가 생각해 낸 가장 훌륭한 지혜가 바로 이거라고 생각해요.’

다치바나는 거울을 돌려 아주머니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싶었습니다.


“당신도 저에게 힘을 주고 있어요.”



– 『나는 입으로 걷는다』 중에서




*장애를 소재로 다루고 있음에도

이 책은 정말 유쾌합니다!

몸과 마음이 지치신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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