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눈치 많이 보는 성과지향형 엄마의 반성
어제는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고 처음으로 하는 학부모 참여수업이 있었다.
지난달 갑자기 옮겨서 잘 적응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외동딸인 5세의 딸이 6,7세 언니, 오빠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도 보고 싶었다.
너무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아서 유치원 행사 때 손을 베베 꼬는 모습이 가득한 내 어릴 적 사진이 생각나서 조금 긴장도 되었다.
참관수업이 아닌 참여수업인지라 참석한 엄마, 아빠들은 아이와 함께 다양한 놀이를 게임처럼 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함께 달고나 만들기였다.
어릴 때 삼 형제 중 장녀인 나는 엄마가 잠시 외출하면 국자를 꺼내서 동생들과 달고나를 만들고 학교 준비물이었던 심벌즈로 눌러서 제법 모양도 냈었다. 나중에 엄마가 집에 돌아오면 시꺼멓게 타버린 국자를 보며 엄청 혼내셨지만 그래도 다시 냄비 한가득 달고나를 만들어 주셨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인지 별로 맛이 없었다.
엄마 몰래 작은 국자에 소량으로 해 먹는 게 맛있었다.
그러나 다수의 경험에도 너무 오래돼서 손까지 기억을 잃었는지 달고나는 대실패였다.
살짝 굳기 전 눌러야 하는데 바로 해서 누름판에 달고나가 들어붙고, 재도전했을 때는 불 조절을 잘못해서 다 타 버렸다.
더구나 잘해볼 거라고 딸이 만지려면 나는 이렇게 외쳤다.
"안돼. 안돼. 그렇게 하면"
"아니야, 이건"
"아니야 내가 그냥 다할게"
옆에 다른 부모들은 아이와 재미있게 해내는데 나는 참여수업을 하러 와서 마치 내 미션인양 혼자서 실랑이를 하다가 실패만 거듭하였고 딸은 옆에서 실망한 표정을 가득 지었다.
두 번째는 함께 딱지를 만들고 다 같이 딱지를 치며 금메달(초콜릿)을 따는 것이었다.
원래 정적이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딸은 아주 오랫동안 딱지 꾸미기에만 시간을 보냈다.
모든 친구들이 다 일어서서 딱지를 치러가니 가만히 있는 딸에게 선생님이 와서 같이 딱지치기를 하자고 권유하였다.
우리 딸은 무표정으로 "싫어. 재미없어." 라며 계속 그림을 그렸고 나는 이리저리 설득해서 딱지치기 필드(?)로 아이를 데려 나갔다.
다른 아이와 부모들은 일어서서 소리를 외치며 파이팅 넘치게 딱지를 쳤지만 우리 딸은 앉아서 마치 종이를 쌓듯 살포시 딱지를 놓았다. 그런 소극적인 모습조차 어릴때 엄마를 꼭 빼닮았는데 나는 괜스레 우리 딸에게 일어서서 제대로 쳐보라고 닦달을 하였다. 흥미도 없는 데 계속되는 엄마의 재촉에 지칠 때쯤 다행히 선생님이 준비하신 초콜릿 메달을 주시며 "열심히 한 노력상이에요"라고 말하였다.
딸이 거의 노력을 안 했다고 내 마음대로 단정지은 나는 그 와중에 또 딸에게 코웃음을 쳤다.
"메달 받을 만큼 했니?"
마지막 경기는 병뚜껑 날리기였다.
아이들이 모두 한 팀이고, 부모들이 한 팀이었다.
개별적으로 한 명씩 나와서 하는 데 의외로 바로 탈락할 것 같았던 나는 선전했다.
우리 딸 차례가 돼서 어찌하나 지켜보니 수십 명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 쑥스러운 듯 아장아장 걸어 나와서는
"몰라요"라며 가만히 서있었다.
(딸이 5세라는 건 망각한 채) 다른 사람이 하는 걸 계속 봤는데 왜 못하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나와서 이렇게 놓고 손가락으로 튕겨요라고 말하자 살며시 병뚜껑을 잡고 바둑알 두듯 살짝 책상에 놓고는 그냥 들어가 버렸다.
게임은 부모들의 승부욕으로 아이들이 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선생님이 재치 있게 역전할 기회를 준다고 도전할 아이에게 손을 들라고 했다. 몇몇 적극적인 아이들이 손을 드는데 그 와중에 우리 딸도 번쩍 손을 들었다.
나는 깜짝 놀라며
"너는 할 줄 모르잖아! 어서 내려! 빨리 내려!!"
꽤 손을 오래 들던 우리 딸이 내릴 때까지 나는 그렇게 언성을 높였으나 결국 선생님은 모든 아이들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었다.
(사실 게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승리해서 스스로 맛있는 요구르트 상품을 받는 게 목적이었다.)
역시나 우리 딸은 이번에도 이쁜 척(?)하며 아장아장 걸어와서 예쁜 하트 손가방에 잠시 넣어둔 병뚜껑을 우아하게 꺼내어 책상에 살짝 올리고 들어갔다.
다른 모든 부모들은 자기 아이는 물론이고,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 상관없이 모두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모든 게임이 끝나고 아이들이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갈 때, 부모에게 매달려서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달리
제일 어린데도 유독 덜 섭섭한 듯 유유히 사라지는 우리 딸의 뒷모습을 보고 생각이 문득 많아졌다.
왜 유아의 놀이체험에서 난 승부만을 생각했을까.
왜 함께하는 놀이에서 잘하려고만 애썼을까.
왜 나는 아이에게 칭찬과 격려는커녕 비난과 무시만 하였을까.
생각해보니 비단 어제만 그랬던 게 아닌 것 같다.
꽤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그렇게 행동했던 것 같아새벽 내내 잠이 오질 않았다.
어린 딸도 엄연히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인데 나는 고작 5세라고 함부로 대한 듯하여 너무 미안하였다.
그리고는 5세인데 어른처럼 못한다고 나무랐으니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다.
어제 하루는 단순히 참여수업 이상의 많은 것을 느끼게 한 하루였다.
그리고 꼭!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다시는 너에게 그렇게 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누가 뭐라 하는 순간에도 나는 너를 존중하고 칭찬하고 사랑하겠다고.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