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carlett Jang Jul 14. 2022

어른은 울면 안 되나요?

눈물을 잘 참는 사람들은 절대 이해 못 할 이야기

나는 정말 눈물이 많다.

어릴 때는 지금보다 몇 배로 많았고, 10~20대에도 여전히 많이 울었다.

30대에도 눈물이 많은 편이었으며,

애를 낳고 40대가 된 지금 '엄마는 강하다'라는 명제와 다르게 잘 운다.

물론, 예전보다는 아주 많이 그 횟수와 양이 줄었지만...

아마 원래 눈물이 잘 안 나거나 슬퍼도 잘 참는 성향의 사람들은 나를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애도 아니고 이 정도 나이 먹고, 아기도 낳았으면 이제 눈물도 좀 참아야 하지 않아?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도 노력해 봤지만 쉽지 않았다.


문득, 궁금해졌다.

분명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도 많을 텐데...

어른이라고 무조건 힘들어도 울면 안 되는 건가?

눈물을 참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것만이 옳은 것일까?




혹여 어릴 때 부모님이 울면 다 잘 받아줘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반대로 나는 운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았다.

보수적이고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장녀로 자라서 울거나 투정을 부려도 이내 그치고 참아야만 했다.

두 명의 동생들 앞에서 철부지 같이 우는 모습은 첫째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그래서 내 내면의 작은 아이가 울음을 꾹꾹 눌러 참은 탓에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눈물 총량의 법칙(?)에 따라 남은 눈물을 쏟아내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감정표현이 풍부한 편이기는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화는 잘 안 내고 참거나 속으로 삭인다.)

어릴 때부터 20살 때까지는 너무 잘 웃어서 항상 밝은 모습만 기대하던 사람들은 그만큼 잘 우는 모습을 의아해하였다.

그리고 30살이 지나고부터는 직장에서 모든 감정을 꾹꾹 누른 탓에 오히려 도도해 보인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당차 보이는 이미지와 다르게 너무 잘 울어서 의외라고 하였다.

아이를 낳고 40대가 되어서는 운 적이 거의 없어서 이제는 나도 변한 줄 알았다.

그러나 복직을 하고 직장생활과 육아 병행에 치이면서 힘들 때 상사의 비꼬는 듯한 말투에 설움이 폭발하자

화장실에서 터진 눈물은 그날 내내 멈출 줄을 몰랐다.


남편은 그런 나약한 모습에 상사는 희열(?)을 느낄 것이라며 눈물을 참고 당당하게 행동하라고 하였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하루 종일 펑펑 울어대는 내 모습이 바보 같고 한심했지만 

억지로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자 오히려 마음속이 답답해지며 더욱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다시 깨어나 왜 울면 안 돼?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퇴근 후 집에 와서 몇 년치 안 울었던 눈물을 가득 쏟아냈었다.

그러자 몰골은 흉측하게 변했지만 속은 후련해졌다. 

여전히 억울한 감정들은 가득 있었지만 덕분에 다음 날에도 직장인으로서의 페르소나를 쓰고 태연하게 출근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이제는 더 이상 울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려다, 

이내 생각을 바꿨다.


그냥,

나는 슬플 때 펑펑 울기로 하였다.


어른이라도 

좀 나이 많은 어른이라도

울면 좀 어때? 

우는 게 죄는 아니잖아.


비록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생각일지라도 나는 내 안의 아이가 충분히 울고 난 후 완전히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려 주기로 하였다.



작가의 이전글 MZ가 아닌 X세대랍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