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생리] 커피#2 - 너가 들어오면 두근두근 거려

카페인의 마법

by 과커콜라
카페 콘 판나(Caffé con Panna)

살짝 바디감이 있으면서 산미를 톡 치는 커피에

휘핑크림을 조금 올려서 먹는 커피.

입 안에서의 풍미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다 마시고 난 후, 바닥에 깔려있는 에스프레소에 절여진(?) 각설탕의 맛이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커피를 공부하면서

에스프레소의 종류가 천차만별이며, 알고 마시니까 너무 맛있다.

물론, 엄청 쓰고, 엄청 시고, 텁텁하고 그다지 긍정적인 맛은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풍미, 입 안에서의 질감 무엇보다 날숨을 내쉬었을 때 느껴지는 커피의 향이

내 코를 자극하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맛있는 커피를 마셨을 때의 두근거림도 있겠지만,

차원이 다른 두근거림이 기다리고 있다.

아니, 벌렁거린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카페인에 얼마나 예민하냐에 따라 반응이 다르겠지만,

많이 마시는 사람은 주변에서 크게 찾기가 힘들다.

특히, 자기 전에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다음날 힘들어하는 나를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


도대체 카페인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을 하길래

나의 마음을 뒤 흔들어 놓는 걸까?


저번 화에서 배웠던 것처럼 우리 몸은

하루 종일 생각하고, 움직이고, 말하는 등 모든 신체 활동에

ATP(에너지)를 써야 한다. ATP를 분해하고, 분해하고, 분해하면

마지막에 '아데노신'이 되고, 이 아데노신은 세포 밖으로 흘러나온다.


즉,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말은 아데노신이 몸 안에 많다는 말이다.

아데노신은 피로가 쌓일수록, 신경세포 주변에 점점 쌓이게 되는데,

이때, 신경세포에 있는 아데노신 수용체에 결합해서 이렇게 말한다.

"야... 이제 좀 쉬자... 어떻게 계속 일만 하냐"


뇌는 위의 신호를 받고 신경활동을 억제한다.

이 결과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졸음이 몰려온다.

이때, 심장도 영향을 받는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횟수가 줄어들고, 심장의 쿵쾅거리는 크기가 줄어들게 되며,

몸 전체가 '쉼' 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카페인이 와서 이 수용체에 '가짜 신호'처럼 먼저 붙어버려서

"쉬긴 뭘 쉬어? 일해야지. 각성해야지, 불태워야지!!! 빠이야!"


비유를 하자면,

아데노신 손님이 수용체 앞에 와서 '인터폰'을 직접 눌러서

"싸장님~ 이러다 다 죽어요. 쉬어야 해요"

라고 말하면, 그제야 뇌에게 신호가 가서 쉬는 모드가 되는데,

카페인은 수용체 앞에 와서 인터폰을 못 누르게 막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뇌는 "흠, 이 정도 일 했는데 인터폰이 울리지를 않네.... 더 달리라는 얘기네??????"

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우리 몸의 교감신경에게 "좀 더 달려!!!! 오늘 죽어보는 거야!!"라고

말하게 되고, 교감신경이 활성화가 됐으니 심장이 두근거리고, 각성 상태가 되는 것이다.


각성 상태

카페인은 단지 피로 신호를 막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다음 단계는 몸을 '전투 모드'로 끌어올린다.


우리 몸은 자율신경계를 통해 상황에 맞게 몸 상태를 자동 조절한다.

이 뜨거운 여름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소파에 반쯤 누워서 폰을 만질 때,
우리 몸은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소파와 한 몸이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소화를 돕게 되고, 근육이 이완하며, 심박수가 감소한다.

반면에, 오전 출근 때, 이번 버스, 지하철 놓치면 경위서를 써야 하는 상황이 눈앞에 훤할 때,
우리 몸은 '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인해 없던 힘이 나게 되며, 출근길을 사수할 수 있다.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하며, 근육의 활동 범위가 커진다.


카페인은 여기서 교감신경계의 ON 버튼을 슬쩍 누른다.

뇌 안에는 '청반'이라고 하는 기관이 있는데, '노르에피네프린'을 만드는 공장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드레날린'은 '에피네프린'과 이름만 다를 뿐 특징과 하는 일은 똑같다.

에피네프린은 그리스어로 예로부터 썼던 말이며, 아드레날린은 영어식으로 표기한 것인데,

최근에는 발견되거나 만들게 된 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을 쓰자는 것으로 많이 바뀌어서,

정확하게 '에피네프린'이라고 표현하는 추세다.

앞에 노르가 붙게 되면, 화학적인 구조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이 공장은 아데노신이 아데노신 수용체에 붙어야만 공장 가동을 멈추는데,

카페인이 붙었으니 공장을 24시간 365일 풀가동을 해버린다.

엄청 많이 분비가 된 아드레날린이 교감신경계를 자극시키게 되고,

심장의 활동성이 증가하게 되고, 집중력이 높아지며,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면,

이 신호들은 심장 세포 표면의 베타-에피네프린 수용체에 결합한다.

이때 일어나는 변화는 심박수를 증가시켜서 더 빠르게 심장이 뛸 수 있게 해 주고,

심실 근육 세포의 수축력을 증가시켜서 피를 더 강하게 짜서 온몸으로 퍼지게 해 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커피를 마셨을 때,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는 이유다.

심장은 이유 없이 뛰지 않는다.

그게 사랑이든, 커피 한 잔이든.


카페인은 말없이 우리 몸속의 회로를 조용히 건드린다.

브레이크는 차단되고, 전투 준비는 시작되고,

심장은 점점 속도를 올린다.


그러나 커피에 설렌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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