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키와 색은 중요하지 않아요

영화 <레드슈즈>

[순수하지만 편견의 결정체, 동화의 섬]

스노우와 꽃보다 칠왕자가 살고 있는 곳은 동화의 섬이다. 왕자도 공주도 있고, 마녀도 있고 난쟁이도, 괴물도 있는 공간.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다. 가장 순수해야 하는 공간이지만, 모든 사람은 편견에 학습되어 있다. 요정 공주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마녀로 취급한 멀린부터 레지나의 아름다움에 마녀임을 믿을 수 없었다는 화이트 왕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범죄자일 리 없잖아요

공주는 예쁘고, 범죄자와 마녀는 추하게 생겼다. 콩쥐와 팥쥐 같은 한국 동화도, 레드슈즈의 모티브였던 백설 공주도, 이런 묘사는 동일하다. 이렇게 순수해야 하지만 어른들의 시각이 쓰인 동화의 섬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욕망이 존재했던 공주, 스노우]

마법의 구두는 외모에 대한 욕망이 강하면 벗을 수 없다. 구두를 신은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스노우가 구두를 벗고 싶을 때 벗을 수 있었지만,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스노우의 구두는 벗겨지지 않았다. 스노우는 강했던 예전 모습을 자랑스러워했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 있었던 것이다.

진짜 구두가 편해졌어요

욕망은 아름다운 레드슈즈를 대하는 사람들에 의해 생기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질문을 해도, 잘못을 해도, 사람들은 그녀를 상냥하게 대하고 먹을 것을 주고, 웃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는 이 친절이 외모 때문인 것을 알게 된다.

이 욕망은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레드슈즈가 아닌 스노우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없을 거야. 이런 두려움은 계속 욕망을 만들어내고, 구두 없이 살 수 없게 된다. 아름다움을 소유할 수 있는 마법처럼 보이지만,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집착하게 하는 저주인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스노우는 엑스칼리버를 뽑을 만큼 선하고 너그럽고 진실한 사람이었다. 멀린이 레드슈즈가 아닌 스노우를 마주했을 때 그가 자신을 좋아해 주지 않더라도, 멀린을 구하기 위해 그녀는 외모에 대한 욕망을 버릴 수 있었다.

[가장 거대한 마법, 사랑]

아름다움은 어디서,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이는 마음의 관할이다. 그리고 이 마음은 사랑에 무지 취약하기에, 사랑하는 이를 보면 아름답다고 느껴질 수 있다. 스노우는 이 마법에 처음 걸렸다. 그리고 자신을 좋아하는 멀린을 보며, 같은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래도 같은 마법에 걸린 것 같아요

스노우는 난쟁이 멀린을 보며 잘생겼다고 하고, 그를 위해 강에 몸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멀린의 사랑은 그녀보다 조금 늦게 찾아왔다. 지금의 모습으론 스노우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사랑이라는 마법이 구두를 벗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의 마음 또한 알게 되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내가 눈을 뜨고 있든지 감고 있든지….

내 마법은 깨지지 않았어요

편견에 휩싸인 동화 속 세계이지만, 그 편견을 이겨내는 것이 사랑이라는 점이 정말 동화다워서 마음에 든다. 서로의 진심된 마음은 통한다는 이런 메시지는 진부하지만, 사랑스러운 것 같다.

[오늘의 질문]

멀린의 제외한 다른 꽃보다 7왕자 중 멀린 다음으로 가장 먼저 저주에서 풀릴 인물은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