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이의 국제학교 적응기
오늘은 겸이 학교에 축제가 있는 날. 학교 내부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이의 학교 생활이 많이 궁금하던 차라 아침 일찍 그랩을 타고 집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학교에 도착했다.
지난 4월 25일에 첫 등교를 한 후 4주가 지났다. 그 간에 말레이시아 최대 명절인 하리라야 공휴일과 노동절이 이어져 일주일 등교하고 거의 5일을 쉬었고, 그 주말에 다시 배탈이 나서 하루를 결석하고 지금까지 등교 한 날이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겸이가 입학한 학교는 말레이시아 페낭에 있는 Tenby International School이다. 영국식 커리큘럼에 따라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어 1월, 4월 3학기제로 운영되는 국제학교인데, 겸이는 4학년 3학기에 입학했다.
페낭에 도착하고 학기 시작을 기다리며 2주를 집에서 지내다 첫 등교를 하던 날이 생각난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여섯 시에 맞춰 놓은 알람 소리에 나도 겸이도 긴장하며 일어나 등교 준비를 했다. 낯선 환경과 영어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에 가슴이 뛰고 다리가 떨린다는 아이를 아파트 정문 앞에 기다리던 등교 차량에 태워 보내는데 마음이 울컥했다. 그러나 그 첫 날 오후에 하교한 아이는 학교가 너무 재미있었다며 내일 친구와 아파트 수영장에서 함께 수영할 약속을 잡고 돌아왔다.
지금도 영국인 담임선생님 말씀은 거의 알아 듣지 못하는 듯한데(과제가 뭔지 같은 반 엄마한테 내가 물어봐야 한다....) 그래도 아침이면 졸린 눈을 비비며 욕실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교복을 챙겨 입고 큰 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등교를 하는 아이가 대견하고 고맙다.
아침 7시 30분에 아파트 앞에서 차를 타고 10여분이면 학교에 도착한다. 2시 30분에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는데, 지난 주부터는 오후 방과후 활동을 신청해서 한 시간 참가하고 집에 오면 4시가 좀 넘는다. 학교에서 스쿨버스를 운행하지 않아 한달에 300링깃(9만원)을 내고 픽드랍 차량을 신청했다.
픽드랍 차량을 운영하는 스티븐은 이 곳 사람들이 말차(말레이시아에 사는 차이니즈)라고 부르는 중국 출신 젊은이다 . 아침 일곱시가 되면 왓츠앱 단체방 알림음이 울린다. "Good morning all, See you guys soon!" 아침마다 똑같은 문자를 보내고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주면 다시 문자가 온다. "All at school now!", 그리고 오후에 아파트 앞에서 아이들이 정문으로 들어가는 사진을 찍어 올리며 인사를 한다. "All are home now" 곧이어 엄마들의 인사와 이모티콘이 올라온다. 같은 차를 타고 네 명이 등하교를 하는데 겸이를 빼고는 모두 secondary 형아들이라서 겸이를 잘 챙겨준다.
겸이가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음....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그리고 방과후 시간이란다. 특히 방과후 수영을 하는 월요일엔 아침부터 즐거워하며 학교에 등교한다. 방과후 CCA 는 꽤 많은 활동이 개설되어 있는데 이번 학기 개학 이전에 이미 신청이 끝나 있는 상태에서 겸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좀 제한적이긴 했으나 다행이 수영과 좋아하는 농구를 신청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어쩔 수 없이 신청한 아트와 오케스트라, 배구도 지금은 재미있게 잘 참여하고 있다.
오늘 학교 축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활동한 것을 전시하고 발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코로나로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제한하던 학교가 이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인들에게 학교 문을 활짝 열고 초대를 하는 것이어서 겸이가 공부하는 교실과 식당, 수영장과 놀이터와 도서관등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아이가 친구들과 여기 저기 부스에 몰려다니며 노는 동안 시원한 에어컨이 켜진 도서실에서 잠시 앉아 푸르름으로 가득한 창밖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또 울컥했다. 아이도 나도 언젠가 그리움으로 기억될 소중한 한 시절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내 생에 이런 날이 왔다는 것이 꿈 같았던 하루가 또 지났다.
(2022. 5. 21.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