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카드를 도용 당했을 때 대처법
아침에 우연히 페낭에서 계좌를 개설한 메이뱅크 앱에서 뭘 좀 확인하려고 이것 저것 눌러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Facebk 라는 이름이 주르륵 뜨면서 소액이 열 댓번 계속 결제되어 있었다. 지난 24일 밤부터 어제 새벽까지 거의 스무 건이 넘는 결제 내역이었다. 처음엔 10링깃 정도의 작은 금액이 반복 결제되다가 중간에 70링깃도 있고 마지막에 결제 된 건 200링깃이 넘는 금액이었다. 아이폰에서 수시로 뜨는 알림 메일들이 대부분 볼 필요가 없는 것들이라 요즘 거의 확인을 안하고 지워버리곤 했는데, 이렇게 많은 결제 내역들 알림이 왔었는데 확인도 안한 내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카드가 도용되었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머리 속이 하얘졌다. 손을 떨며 도대체 얼마를 쓴 건지, 대강 계산을 해보니 나흘 간에 걸쳐 1400링깃 정도가 결제되었다. 40만원 남짓, 그나마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며 정신줄을 붙잡고 우선 통장에 남아있던 돈을 터치앤고로 이체를 시키고 통장을 비웠다. 한국이라면 그냥 전화 한 통으로 카드 정지시키고 신고하면 되는데, 영어로 은행 고객센터 찾아서 전화로 대화할 생각을 하니 스트레스가 먼저 쌓여 포기하고 직접 은행엘 가야겠다. 싶었다.
현금이 있어야 결제되는 데빗카드여서 일단 통장을 비웠으니 좀 안심이 되고 정신이 차려졌다. 한 두개 지인들 카톡방에 도용사실을 알렸더니, 여기저기서 전화가 온다. 일단 은행에 가야 일이 해결된다는 결론. 그런데 혼자 은행에 가서 잘 들리지도 않는 말레이시아 영어를 제대로 알아들을 자신이 없다.
영어를 나보다 잘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하니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선뜻 같이 동행을 해 주겠다 한다. 너무 고마웠다. 빠져나간 돈을 이 나라에서 과연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리 큰 돈이 아니니 그냥 쿠알라 여행 한번 다녀왔다 치라고 위로를 하면서 같이 그랩을 타고 탄중붕아에 있는 메이뱅크 지점에 도착했다. 안되면 혼자라도 가서 어찌어찌 처리를 했겠지만, 누군가가 옆에 있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됐다. 그리고 실제로 일처리 하는데 나보다 영어가 훨씬 나은 그녀의 도움이 크기도 했다.
까다롭고 일처리가 늦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던 메이뱅크에 도착해서 안내하는 직원에게 카드 도용 때문에 왔다고 하니 번호표를 뽑아주며 안으로 들어가라 한다. 미리 예약하고 오지 않아서 오늘 바로 처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각오를 하고 왔는데, 수월하게 직원과 상담할 수 있었다. 도용사실을 확인하더니 요청하기도 전에 알아서 먼저 카드 취소하고 새 카드를 그 자리에서 발급해 주었다. 도용된 결제건을 서류에 적어 제출하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물으니 두 달 쯤 후에 돈이 들어올거라고 한다.
은행일을 마치고 나오면서 늘 느리고 번거롭게 일처리를 한다고 생각했던 말레이시아 은행이 생각보다 친절하고 수월하게 일처리를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들어올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비록 두 달 후에라도 돈이 들어온다니 생각지도 않은 공돈이 생긴 기분도 들고, 새로 발급 받은 현금카드를 들고 도와준 지인과 맛있는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은행에 일을 보러 가기 전부터, 그리고 일을 보는 중에도 여러 사람들이 걱정하는 전화를 걸어줘서 마음 따뜻했다. 올해가 시작되면서 벼라별 어려운 일을 겪었고, 지금도 진행중이지만 그걸 통해서 또 얻는 것도 배우는 것도 많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 요즘이다. 원래 주인공은 파란만장을 겪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며 위로로 삼는 날들. 오늘도 또 하나 큰 공부를 한 기억될 날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