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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너머 Oct 22. 2023

페낭 섬 일주

차를 반납 하기 전 한 일

차를 빌리면 페낭 섬을 한 바퀴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다음 주면 차를 반납해야 한다. 일요일 오후에 갑자기 집을 나섰다. 서너시가 넘은 시간이라 가다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으면 중간에서 다시 돌아올 생각으로 출발을 했다. 페낭은 사실 제주도의 삼분의 일 정도의 크기로 섬을 한바퀴 도는 데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너무 늦게 출발한 감이 있어 바투페링기를 지나면서 일단은 산꼭대기에 있다는 Tropical Fruit farm 까지만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많은 호텔과 리조트들이 몰려 있는 바투페링기를 지나는 바닷가 도로는 좁고 커브가 많아 운전이 힘든 길이다. 꼬불꼬불하고 좁은 이차선 도로에 오토바이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앞지른다. 겉만 작고 예쁜 내 차는 코로나 기간 동안 렌트되지 못하고 쉬어서인지 심한 에어컨 곰팡이 냄새가 나고 가끔 덜덜거린다. 이 차를 끌고 산을 넘어도 되나 싶은 생각에 망설이는 마음이 들었다.     


 바투페링기를 지나 차들이 드문드문 지나는 산길로 들어서니 산을 오르며 도로가에 즐비하던 두리안 가판대가 모두 문을 닫았다. 두리안 철이 끝났다.     

     

 산 위로 점점 오르는 길을 십여분 달리니 Tropical Fruit farm 간판이 나타났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이 경사가 무척 가파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농장은 과일과 가공품들을 파는 커다란 샵과 음식과 음료를 파는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과일이 많이 나는 철에는 농장 투어를 하며 나무에 매달린 과일을 마음껏 따먹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데, 지금은 두리안 철도 끝나고 과일들이 끝물인 것 같았다. 일년 내내 더운 나라에도 나름 계절이 있어서 처음 페낭에 왔을 때 무척 싸고 흔하게 느껴지던 망고조차도 요즘은 가격이 많이 오르고 과일가게 아니면 흔하게 보이지가 않는다.                

     

 농장에서 여러과일을 깎아서 한접시에 오천원 정도의 가격을 받고 파는 과일 한접시를 시키고 과일을 즉석에서 갈아주는 쥬스도 한 잔 시켜서 먹으며 잠시 쉬었다. 과일은 별로 다양하지도 않고 그다지 신선해 보이지도 않았다. 쥬스를 마시며 구글맵을 검색하니 산을 반은 이미 넘어온 것이라서 내친 김에 그냥 돌아가지 않고 반대편으로 넘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다시 차를 출발하여 좀더 산을 오르니 한 두군데 아직도 두리안을 파는 가판대가 남아 있었다. 차를 세우고 구경할까 망설이다 그냥 지나쳤다.      


산 정상 쯤에 오르니 산 아래로 멀리 바다도 보이고 풍경이 좋은 곳을 지나치는데 차를 세울 만한 공간이 없어 계속 그냥 지나쳤다. 한 군데 구경하는 포인트가 있었는데 반대편 차선이라 잠깐 망설이는 사이 그마저도 그냥 지나쳐 버렸다. 내리막길이어서 다시 돌리기도 어렵고 아쉬운 맘이 들었다. 조금 내려가니 금새 평지가 나타난다.  생각보다 산길이 길지는 않았다.  산을 내려오니 간간이 논밭 같은 시골 풍경이 펼쳐지는 마을이 나타났다. 길가에 키가 큰 코코넛 나무들이 드문드문보이고 낡고 오래된 지붕 위를 뒤덮은 망고나무들이 우거진  소박하고 평화로운 농촌의 풍경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내가 자리잡은 탄중토공은 높은 아파트와 쇼핑몰이 즐비한 새로 개발된 주택가여서 조용한 시골동네에서 살다 온 나에겐 대도시처럼 번잡하고 시끄럽게 느껴지던게 사실이었다. 그 또한 나에게 필요한 일이었으리라 생각하고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모처럼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마주하니 내가 원하던 휴양지에서의 삶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싶은 게 있었다.      

     

 커다란 망고나무가 있는 낡고 오래된 집에서 검은 희잡을 쓴 조그만 계집아이가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튀어나와 어딘가로 달려 가고, 손에 저녁으로 먹을 나시르막이나 챠꿰떼오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까만 피부의 사람들이 사는 그런 마을에서 하루에 다섯 번 모스크에서 울리는 기도소리를 들으며 한 시절 심심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마을이 거기 있었다.   

   

 그러나 페낭은 얼마나 작은 섬인지. 곧 커다란 건물들이 나타나고 자동차의 행렬이 이어지는 도심지인 바얀레파스가 나타났다. 큰 도로를 따라 섬을 반을 도는데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요일이어서인지 퇴근시간인데도 차가 많이 막히지는 않았다. 페낭 공항이 있는 바얀레파스에서 우리동네까지 40분이 구글네비에 찍힌다.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한국식당인 다오래 에서 승겸이와  돼지갈비를 먹었다.  겸이가 짜장면도 먹고 싶다고 해서 돼지갈비 2인분에 짜장면을 하나 시켜서 푸짐하게 먹었다. 늘 서비스로 나오는 된장찌개와 떡볶이는 배가 불러 몇 숟가락 못먹고 된장찌개는 포장을 해와서 몇 끼를 해결한다.      

 차를 반납하기 전에 산을 넘어 그 마을에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될지 모르겠다. 산 위에서 차를 세우고 섬 너머 먼 바다도 한 번 바라보고, 산 아래 아름다운 동네가 나타나면  잠시 떼따릭이라도 한 잔 마시며 동네를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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