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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걷는 최선화 Mar 24. 2023

개명해 주시면 안 될까요? 큰 개불알꽃, 쥐똥나무

식물의 재발견 - 식물일기 (23. 3. 24)

이름, 중요합니다.

주변에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원에 개명 신청을 해서 이름을 바뀌거나 개명은 하지 않았지만 새 이름을 작명해서 불러달라고 하는 사람이 여럿입니다. 기존의 이름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 이름을 가진 본인이 싫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사람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렇게 개명이라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물은 그러지 못합니다.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사람들이 붙여준 그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갑니다. 오늘은 그런 식물들의 억울함을 대신 변호하고자 합니다.


오늘 이름의 억울함을 호소할 두 식물은 큰 개불알꽃과 쥐똥나무입니다. 식물의 이름은 생김새, 자생지, 생장 형태 등에 따라서 정해집니다. 큰 개불알꽃과 쥐똥나무는 열매의 형태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큰 개불알꽃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기 어렵게 바닥에 납작 엎드려 피는 봄꽃입니다. 그나마 아직 연두의 세상이 오기 전 연두의 잎과 연한 파랑의 꽃을 함께 피워서 눈에 띕니다. 이른 봄 따뜻한 양지에서부터 피는 이 꽃은 꽃잎이 워낙 작은데 성인 새끼손톱만 합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쁜 들꽃’입니다. 이렇게 작고 예쁜 들꽃에  큰 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꽃이 지고 열리는 열매가 개불알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이름은 일본어 대견 음낭에서 그대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일제강점기 우리 식물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의 식물학을 답습하면서 만들어진 폐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꽃에는 봄까치꽃이라는 새 이름이 붙여져서 불려집니다. 혹 이 꽃을 만나면 그 이름을 불러 주세요.


억울한 또 하나의 식물은 쥐똥나무입니다. 가을이면 까맣게 익는 열매가 쥐똥을 닮았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까만 열매에 모두 쥐똥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너무도 많은 식물의 이름에 똥자가 들여가게 될 것입니다. 이 식물의 별칭 검정알나무를 많이 사용해 주세요.


얼마 전 신문에서 ‘아줌마’라는 호칭을 멸칭으로 인식해서 소란을 일으켰던 사람이 구속되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당구 용어 ‘키스’가 ‘충돌’로 명칭이 바뀐다는 기사도 보이더군요. 한 번 정해진 이름이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부르는 사람이 불편하다면, 듣는 사람이 불쾌하다면 그 이름에 대해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개불알꽃대신 봄까치꽃

쥐똥나무 대신 검정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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