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읽고걷는 최선화 Apr 01. 2023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박태기나무 꽃 피는 계절

식물의 재발견 - 식물일기

23. 4. 1. 토요일


혼자 사시는 엄마가 선물 받은 쌀이 많다시며 쌀 20kg을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우리 집에 장정이 둘이나 있으니  쌀이 쑥쑥 줄어들 거라면서요.  사실, 밥을 잘 먹는 아들이 둘이나 있어서  아침에 밥을 한솥 가득 해 놓고 늦게 퇴근하면 밥이 없습니다. 단, 고기반찬이 필수로 있어야 합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박태기나무가 자줏빛 꽃을 피우는 4월이 돌아오면 이 말이 특히 생각납니다.  꽃봉오리가 밥알처럼 생겨서 밥알 떼기(박태기) 나무가 된 이 나무는 밥티나무라고도 불립니다. 자주색쌀이 있다면 똑 닮았다 싶게 밥알처럼 생겼습니다.


정원수나 조경수로 많이 심기는 이 나무는 줄기에 자주색 꽃이 뭉쳐나서 활짝 피기 전까지는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거기다 이 꽃이 피어날 시기에 봄바람에 휘날리는 벚꽃도 피고, 찐 노랑 개나리도 한철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못 보고 지나가기 쉽습니다. 살던 아파트에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이 나무를 발견했다는 지인도 봤습니다.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나는 박태기나무는 하트모양으로 자라는 잎을 관찰하는 즐거움도 주는 나무입니다. 열매는 길고 납작한 꼬투리형이라 박태기나무를 콩과 식물로 나누는데 일조를 하지요.


"밥은 잘 먹고 다니니?"

20살 엄마를 떠나 객지생활을 시작했을 때 엄마가 전화로 하시던 말씀입니다. 그때는 이 말을 들으면 왜 그리 울컥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이 말을 들으면 마음 저 아래에서 뭔가 찡한 울림이 있습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니?"

오늘은 이 말을  아주 오래전 20살의 나처럼 따뜻한 밥을 해 주던 누군가의 품을 떠나서 혼자 세끼를 해결하고 있을 2023년 20살의 청춘들에게 해 주고 싶습니다.


천 원 학식에 배가 부른 지, 친구와 함께 사 먹게 된 점심값 만원에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직장 선배들과 함께 먹는 20살의 밥자리가 어렵지는 않은지 묻고 싶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서며 갓 한 밥에 계란프라이 하나가 쓱 올려지던 집밥을 그립지 않은 지 묻고 싶습니다. 그 모든 말 대신 "밥은 잘 먹고 다니니일"라는 한 마디면 충분할 듯싶습니다.


--------- 22년 찍어둔 박태기나무꽃과 잎, 그리고 열매

--- 23년 3월 23일 박태기나무꽃 by. 수원청소년문화센터공원




작가의 이전글 개명해 주시면 안 될까요? 큰 개불알꽃, 쥐똥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