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순간은 어디쯤이었을까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by 정 호

돈에 관심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실제 청렴한 정치인인 척, 신실한 종교인인 척을 하다가 뒤로는 누구보다 강렬한 욕망을 품고 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들켜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으며 명예를 잃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자세는 칭찬받아 마땅할 테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는 인간이 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란, 종교적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은 드물 것도 같다.


그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뉴스의 헤드라이트를 장식하는 수많은 주제 가운데 경제분야의 뉴스에 우리가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코스피 지수는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며 3300을 돌파했다. 코로나 여파로 1400선까지 밀렸던 것을 생각하면 1년 반 만에 두배 이상의 상승을 한 셈이다.


이렇게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주식시장이지만 분명 1400이라는 최저점을 찍었던 시점이 있었고 2000, 2500, 3000을 찍으며 서서히 올라오던 시점이 있었다. 하지만 1400이라는 지점을 최저점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사람은 얼마나 될까? 2000까지 지수가 올라왔을 때 그 이상 올라가리라 예상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2500까지 올라왔을 때는 고점이라고 판단했던 사람이 많았을까 3300까지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 사람이 많았을까?


이것은 비단 주식시장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트코인 1만 개로 피자 두 판을 겨우 사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마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상상을 초월할만큼 높아져있기 때문이다. 1 비트코인의 가격이 한 달 전만 하더라도 8천만 원을 뚫어냈으니 1억이 간다는 말이 거의 현실화될 뻔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가격이 하락해 4천만 원 이쪽저쪽을 맴돌고 있지만 이 가격 역시 어떠한가, 어디가 고점이 될지 어디가 저점이 될지는 지나 봐야만 알 수 있는 법이다.


경제 이슈에서 주식과 코인에 이어 빠뜨리면 서운해할 부동산은 어떠한가. 지난 2년은 전국적으로 역대급 부동산 상승장이었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할 만한 서울 강남의 한강이 보이는 최고급 아파트는 평당 1억을 넘어섰고, 백억 이백억 하는 집들이 거래되었다는 뉴스, 40년 된 아파트가 80억에 거래되었다는 뉴스는 여러 사실관계를 파악하기에 앞서 우리를 주눅 들게 만든다.


빈부격차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흥망성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글쓰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글에는 기승전결이 있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으리라 짐작한다. 무언가가 시작되는 지점, 그렇게 시작된 것이 타오르기 시작하는 지점, 타오르던 것이 폭발하는 지점, 그리고 마침내 불꽃은 사그라들고 연기처럼 소멸해가는 지점. 이러한 과정을 기승전결이라고 한다면 이것이 비단 글쓰기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모든 자산의 가치 역시도 기승전결의 과정을 반복한다. 흥하면 망하는 때가 오고 성하면 쇠함을 우려하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자연과, 경제와, 인간의 시간에 변치 않고 틀어박혀 있는 절대 상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절정의 순간을 기억하고
그 아름다움에 아낌없는 환호를 보낸다.


절정이 이미 지나간 뒤에도 우리는 한참 동안이나 그 찬란하고 화려했던 시기를 잊지 못해 기억에서 끄집어내 추억을 곱씹고 또 곱씹는다.


하지만 절정이 완전히 지나가기 전에는 그때가 절정이었음을 아무도 깨닫지 못한다. 그때가 가격의 꼭짓점이었다는 것을, 그때가 청춘이 만개하던 시절이었다는 것을, 여름이 와야 봄이 지나갔다는 것을 깨닫고 앙상한 가지를 봐야지만 가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듯, 자각의 시간은 얄궂게도 언제나 지나고 난 뒤에서야 찾아온다.


뒤늦은 깨달음은 슬픔과 후회를 동반할 때가 많다. 지나고 나서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것은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그것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순간 인생은 시련을 선물해 집착에서 벗어날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순환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고, 기회를 잡을 수 있으며, 순리를 담담히 마주하며 무리하지 않을 수 있다.


인생에 기승전결이 한 번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계절이 무한히 순환하듯 인생에도 어쩌면 여러 번의 절정이 우리를 기쁘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봄을 바라며 견뎌냈던 겨울 같은 시절은 지나 보니 늘 봄이었다는 어떤 이의 말처럼, 어쩌면 생각하기에 따라 기승전결 모두를 빛나는 절정의 시기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으나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이 이런 때에 적확하게 들어맞는 마법의 문장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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