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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Apr 01. 2024

시어머니의 촌스러운 가정식 <가자미 구이>


가자미 구이가 올라왔습니다. 시어머니의 소박하지만 영양이 풍부한 밥상에 말이죠.

 

저는 남쪽 지방 출신이라 집밥 반찬에 항상 생선구이가 있었습니다. 갈치, 고등어, 가자미 등등.

제사 때 탕국에 해산물, 미역국엔 가자미 생선을 넣어 끓이죠. 그게 당연한 줄 알던 저는 서울사람인 남편이 장모가 준  미역국에 생선이 든 걸 보고 억수로 당황하는 게 재밌었어요.


시어머니는 생선과는 친하지 않으셨지만 제가 가자미 좋아하는 걸 알고 가끔 해주십니다. 감사한 일이죠.

가자미는 고등어보다 기름이 적어서 구울 때 냄새도 덜하고, 담백 고소해서 아주 좋아합니다.


카레 가루를 묻혀 노릇노릇한 가자미를 맛있게 뜯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오늘도 주변 어르신들 근황을 기해 주시네요.

제가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어요.

개의치 않고 얘기해 주시기 때문에 내 절친들보다 어머니 주변분들 근황을 더 많이 알고 있어요.


길 가다가 만나도  모를 분들의 개인사를 알고 있다니 참 흥미롭지 않나요?


시어머니는 지인분의 남편인  할아버지가 TV 보느라 리모컨을 쥐고 있으셨는데, 그 상태대로  돌아가신 것도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라셨대요. 집에서 돌아가시면 경찰에서 조사 나온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시어머니가 그 얘길 꺼내신 이유는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아파서 고생하는 것보다 편히 자다가 죽는 걸 최고의 복으로 생각하시거든요.

아파서 고생고생하느라 자신은 물론 자식들까지 힘들게 하는 걸 어르신들은 두려워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웰빙보다 웰다잉을 고민하는 레벨이신 거죠.


어머님이 바라는 '아프지 않고 자다가 죽는 복'은 빌고, 건강관리를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이 떠오르게 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욕심이나 분노에 끌려 들어가 살고 있다면 이루기 힘들 것 같습니다만.


시어머님이 직접 만들어주신 누룽지를 달랑달랑 들고 귀가하면서 먹고사는 일과 죽음에 대해서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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