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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May 13. 2024

시어머니의 촌스러운 가정식 <도토리묵>


재미없게 생긴 음식 콘테스트가 열린다면 단연코 1등 할 음식으로 저는 묵을 꼽았습니다.


칙칙한 색에 무맛인 것을 왜 먹는 건가 생각했었죠.

그런 편견을 깨준 사람이 시어머니였어요.


수제로 만든 묵은 탱글탱글한 것이 푸딩 저리 가라였으며 양갱보다 쫀득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간이 안되어 있으니 취향껏 만든 사람의 간장소스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어요.

거기에 참기름을 듬뿍 뿌려준 후 남은 양파, 쑥갓, 버섯 아무 야채나 넣어 비벼줘도 맛있습니다.


묵은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 같은 때 중금속을 배출해 주고, 위장에도 좋으며 특히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니 촌스러운 음식이 아니라 정말 트렌디한 음식 아닌가요.

요즘 한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묵의 효능까지 알려진다면 다들 사러 몰려올지도 모르죠.


시어머니의 묵 레시피는 아주 간단합니다.

도토리가루 대 물을 1:6의 비율로 넣은 후 1시간가량 팔 빠지게 저으면 된다, 끝.


시댁에 가니 이미 만들어두신 묵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주실 거대한 묵과 같은 빌라에 사는 주민들까지 나눠줄 네 덩어리의 묵까지.



팔 빠지도록 만든 도토리 묵맛을 이웃의 젊은 친구들이 알지 걱정이 됩니다.

요즘처럼 화려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 거무튀튀한 묵을 선물 하다니요.


이웃과 교류하지 않는 세상에 정성껏 만든 도토리묵을 돌리는 할머니가 있다니, 이웃들이 고마워하긴커녕 귀찮게 여기지나 않을지 속으로 이래저래 걱정이 됩니다.

 

부디 시어머니의  정성이 이웃들에게도 전달되길 빌며, 오늘은 도토리묵으로 맛있는 저녁상을 차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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