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시판 냉면 종류가 참 많아졌습니다.
덕분에 만들기도 한결 쉬워졌죠.
1분이 안되게 삶은 면을 손으로 걸레 빨듯 찰지게 찬물샤워시킨 후 육수 한팩 뜯어 부으면 끝 아닙니까.
물론 고명 만드는 수고로움은 있죠.
열무김치가 있으면 계란 하나만 삶으면 되지만 없다면 무절임을 만들어야 맛있습니다.
무를 자르고, 양념한 후 절여둔 다음에 오이도 길쭉길쭉 썰어 넣어야 아삭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역시 손이 안 간다 해도 집밥엔 정성이 안 들어갈 수가 없네요. 요리 순서를 정하지 않고 덤비는 초짜라면 정신없는 요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네 자녀를 키우신 시어머니는 일사천리로 요리를 진행하십니다.
고명부터 삶고, 자르고, 절여둔 다음 냉면을 담을 그릇까지 준비한 후에 면을 삶으시지요.
육수를 만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명준비만 끝내도 요리의 80프로가 끝난 거죠.
시어머니의 매끄러운 진행을 도우며 냉면을 그릇에 담습니다. 날렵하지 않고 투박하게 잘린 무와 오이를 듬뿍 넣고, 겨자도 한 스푼 넣으면 새콤 시원한 냉면이 완성되지요.
아무리 시판용 육수를 쓴다 해도 식당에서 사 먹는 냉면과는 또 다른 맛이 납니다.
뭐든 가득 넣어서 그런 것 같아요.
엄마의 넉넉한 마음이 담긴 냉면 한 그릇 간단하게 만들어먹으면 어떨까요?
더위가 '빽 스텝'을 밟고 뒤로 물러가는 시원함을 잠시라도 느끼실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