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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May 23. 2024

시어머니의 촌스러운 가정식 <오이소박이>


지난주 일요일에는 시댁에 가지 못했습니다.

친정 쪽 친척분과 관련된 결혼식이 있었거든요.


저는 행사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로서 존재하다가 갑자기 사회적 가면을 덮어쓰고 연기하는 기분이 듭니다.


평소 안 입는 정장을 입고 3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불편 그 자체이면서도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어릴 적 자주 만나고 좋아했던 친척들을 보니 너무 반가우면서도 마치  타인처럼 느껴졌습니다.

 

독립하고  결혼한 지 20년이 넘어가니 이젠 친정나들이가 낯설어집니다. 결혼초에는 얼마나 친정으로 돌아가고 싶었었던지요.

제사 때마다 시댁 종살이하는 기분이 들었고, 모르고 살았던 가부장제의 자장이 온몸을 둘러싸고 있다는 걸 그때마다 느꼈었죠.


세월이 흘러 이젠 시댁이 더 편하게 느껴지니 시간의 힘이 놀라운 건지, 인간이 적응의 동물인 건지 모르겠어요.

그 중심에 시어머니의 촌스럽고도 정성스러운 음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집집마다 음식의 '간'이 다릅니다.

저는 싱겁게 먹는 편이고 시어머니는 짜게 드셨는데, 서로의 간에 맞추게 됐지 뭡니까. 그래서 그런지 어머님의 음식은 간이 딱 맞게  맛있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지친 몸으로 귀가하니 시어머님이 싸서 보낸 반찬이 있었습니다. 아삭아삭하고 간이 딱 적당한 '오이소박이'를 보자마자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이제야 에 돌아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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