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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루틴

by 선홍



죽기 살기로 회사를 10년 넘게 다니다가 프리랜서가 된 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후라이드반 치킨 반인 셈이죠.


회사원에서 프리랜서가 되었을 때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시간'입니다. 시간? 왜 시간인지 의아할 수 있겠습니다.


다달이 들어오던 월급의 종말, 회사일을 하기 위해 지급되는 진행비의 실종 갑자기 사장님이 되어버린 것처럼 모든 돈이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당혹감은 뒤로 합시다.


그것보다 시간을 잘 다루는 문제가 더 중요하고 어려웠다니까요.


'혼자 놀기의 달인'이라 자부했던 저였지만 소용없었습니다. 9 to 5든 9 to 9 이든 출퇴근, 회의, 접대 등 시간이 단위별로 블럭화 되어 있던 것이 갑자기 확 열려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시간 노동자에서 갑자기 시간 경영자로 휙 신분상승한 거죠. '상승'이라니 듣기엔 좋습니다만 미리 연습이나 준비하지 않고 덤볐다간 얼마못가 셔터 내려야 합니다.


시작한 일을 혼자 하는데 드는 최소한의 경비를 계산해 1년 동안 얼마나 들지 예측하고, 그동안 수입이 없더라도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명함으로 대표되는 조직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깨닫게 될 정도로 혼자 일을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각오를 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나에게 쓰는 시간이 조각에 불과했다면 갑자기 24시간이 확 주어집니다.


몇 시에 눈뜰지부터 이 사람을 만날지 말지, 무슨 요일 몇 시에 만날지, 몇 시까지 일할지, 땡땡이 칠지 말지, 휴가 갈지 말지 등등등!

윽, 모든 것이 내 선택인 것입니다.


자유가 편한 사람이 있고, 구속이 더 편한 사람이 있더라고요. 제 지인은 '새장 속의 새'가 좋다며 항상 회사주위만 맴돕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 끝에 저는 집에만 있으면 다운되고 집중이 안 되는 인간이더라고요.

그래서 무조건 카페든 도서관이든 외부로 나가서 몇 시간 확 집중하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매일 루틴을 지키면 구명조끼가 되줘서 시간의 바다에서 익사하지 않습니다.


회사원에서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면 회사 다닐 때 최대한 잘하는 일을 찾고, 자신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파악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혼자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영화관 가는 것도 잘 맞으면 좋고요. 물론 이 모든 것엔 돈문제가 해결되야 하겠죠.


에잇, 뭐 하러 그리 힘든 걸 하냐, 회사에 뼈를 묻겠다! 생각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문제는 퇴직 나이는 앞당겨지는데 오래 살아서 누구나 한 번은 백수, 프리랜서가 되기 쉬운 시대 같습니다.


프리랜서가 성향에 잘 맞을 것 같다면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다시는 회사원이 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으니까요.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할 수도 있지요.

어떤 선택을 하든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 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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