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발바닥이 귀여워

by slow snail
초등 시절 이건 절대 놓치지 마세요/
참고 견디며 공부할 수 있는 힘 이렇게 길러집니다/이렇게 하면 지능이 높아집니다/
초등 고학년 절대 놓쳐선 안될 공부의 핵심/
공부 잘하는 아이 4가지 특징/
우등생들은 본능적으로 쓰고 있는 공부방법....


이런 썸네일 앞에 아이는 점점 작아져가고,

엄마는 더 노력을 해서 아이를 변화시켜야겠다는 의지가 투철하게 불타오른다.

영상물의 내용은 10분에서 15분 내로 저작자가 정리해 준 솔루션을 적용하면 훌륭하게 잘 자랄 것을 확신한다.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내용은 당장 하교한 아이에게 써도 될 만큼 생활밀착형이라 심리적 진입장벽도 낮다.


예를 들면 수학 기초가 부족한 아이면 수준에 맞는 연산 2장부터 시작해 기본기를 쌓을 수 있는 개념서를 2장 을 푼다.

국어는 읽기가 기본이니 하루 10분 독서에 읽은 책 제목 정리부터 시작해 조금씩 요점정리하는 활동까지 차츰 루틴화해 간다.

영어는 노출이 중요하니 접근성 쉬운 영어 영상부터 시작해 영어 그림책으로 접근한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 가능하고, 고가의 사교육비가 절감되고, 아이입장에서는 학원에서 공부해야 하는 시간보다 절반에 가까운 시간으로 학습가능하고 그야말로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고 이다.




그런데 이 완벽한 솔루션에 치명적인 오점이 있으니, 그것은 아이다.

아이는 자기가 왜 위와 같은 스케줄을 행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아이에게 학교는 축구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좋은 곳이다.

엄마에게 학교는 아이가 어느 정도의 학업 수준인지 가시화되는 곳이다.

아이에게는 놀이의 장이요, 엄마에게는 노력의 장이어야 하는 곳이 학교다.


요즘 들어 아들 녀석과의 대화를 떠올려본다.

신나게 놀고 시큰한 땀냄새와 함께 들어오는 아이를 맞는 나의 표정과 태도를 상기해 본다.

지금부터라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두고 보자는 식의 마음은 말 안 해도 전해지는 듯 아이가 슬금이 눈치를 본다.

"엄마, 밥 먹고 씻고 공부할게요."


이어지는 저녁 풍경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자의식이 없는 아이의 본능과 최소한 이것만큼은 해야 한다는 엄마의 불안감이 만나며 삐걱되는 시간이 된다.


아이는 엄마 때문에 지치고, 엄마는 불안감으로 지친다.


글쓰기 모임에서 글감을 포착 하는 이야기를 나누다 한 회원의 스마트폰 갤러리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남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지어 잠자는 모습까지도 연신 찍어대던 두 아이들의 사진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갤러리를 채우고 있는 건 꽃과 나무와 물이었다.

아이들이 자라 함께 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 아이들이 존재 자체로 이뻐 보이지 않았던 내 마음이 먼저였다.

계획대로 잘해줘야 마음에 흡족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해야 아이가 가치 있게 보였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한 남편이 오후쯤이 되면 어김없이 보내던 메시지 "박카스가 필요한 시간이야~ 애들 사진 부탁해~"


하교하며 운동장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

마트 안 과자 진열대 앞에서 과자를 고르기 위해 심사숙고하는 모습,

간식 먹는 모습,

러닝과 팬티 차림으로 뒹굴거리는 모습 등 그 모든 일상들이 렌즈 속에 담겨 공유되며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다고 고슴도치 사랑을 남발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인생의 시기미다 성취해야 할 과업이 있고,

지금 아이는 학업이라는 주어진 일로 성취감을 획득해야 될 중요한 시기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학업으로 실패감을 맛볼까 걱정되는 나의 불안이 되려 실패감을 가중하는 꼴이 되어가고 있다.


'너 그 정도로는 안돼, 더해야 해!

친구들은 학원이라도 가잖아. 너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부모교육이나 관련 도서 몇 권 읽고 안다고 착각하는 나의 노력이 아이의 실패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학생이니까...

기본적으로 자기 일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습관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깨달음이 있어도 여전히 내려지지 않는 마음이다.

사랑의 존재임을 확신하지만, 사랑의 실천이 또 아이를 바꿔 성장시켜야 한다는 채찍으로 드러나려 한다.

이 사랑이 잘 풀리지 못한 자녀를 둔 부모가 겪어야 될 불편의 다른 이름일 때 사랑의 실천은 닦달로 나타난다.


자녀를 변화시키기 위해 공부하는 부모가 되기보다

자각하는 부모만 되어도 되겠다 싶다.


아침에 눈뜨면 하는 우리만의 의식이 있다.

쭉쭉이를 해주고 날개검사를 한다.

팔을 들어 겨드랑이를 간질간질 간지럽힌다.

날개가 있는지 없는지 간지럼으로 아기 천사임을 확인하고 목을 간질간질 간질여 갈퀴가 있는지 검사하여 아기 수사자임을 확인하는 우리만의 아침의식.


그런데 이 아침의식이 끝나고 등교전쟁이 시작되면...

또다시 나는 닦달하는 엄마로 된다.

얘들아~

엄마의 불안감도 가라앉고 너의 행복도 찾을 수 있는 그 접점을 우리 같이 한 번 찾아보자꾸나.


너도 나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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