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과의 이별
내가 커피를 끊은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1년 전만 해도, 아침에는 무조건 모닝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점심쯤 되면 또 한 잔, 회의가 있거나 일이 많은 날엔 세 잔은 기본이었다.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고, 집중도 잘 되는 것 같았다.
어느새 커피는 ‘선택’이 아니라
‘의식’이 되어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커피가 나를 움직인달까.
커피를 끊기로 결심한 건 건강을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인데, 단순히 커피만이 아니었다. 항상 옆에 두고 마시던 탄산음료도 함께 끊었다. (난 정말 탄산음료 중독자였다…!!)
마음은 결심했지만, 몸은 쉽게 따라주지 않았는데, 커피를 끊은 첫날, 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두통에 시달렸다. 머리가 미친 듯이 욱신거리고, 눈을 감고 있어도 고통은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커피 몇 모금만 마시면 그 두통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내 몸은 이미 카페인에 ‘길들여진’ 상태였던 것이다. (세상에..!)
그 후 몇 번이고 다시 커피를 마셨다. 두통이 너무 심해 결국 손이 컵을 찾았고, 마신 후엔 스스로에게 ‘한 잔쯤은 괜찮지’ 라며 합리화를 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끊고 다시 마시는’ 반복은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예민한 내가 더 예민해졌다!)
그러다 어느 날, 끝까지 견뎌보기로 다짐을 했는데, 그렇게 사흘을 버텼다. 두통은 서서히 사라졌고, 놀랍게도 네 번째 날부터는 커피 없이도 괜찮았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신호였다.
이제는 마시지 않지만, 아주 가끔 커피를 한 잔 마시면 몸은 강하게 반응한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끝이 떨리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두 잔을 넘기는 날이면, 다시 그날처럼 머리가 아프다. 그걸 겪을 때마다 ‘중독’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른다. 내가 원해서 마시는 게 아니라, 내가 이끌리는 것이다.
중독은 꼭 극적인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병원 치료가 필요하거나, 인생이 망가져야만 ‘중독’이라 부르는 건 아니다. 습관처럼 자리 잡은 어떤 것이 내 의지보다 더 앞서 있을 때, 그것도 충분히 중독일 수 있다. 커피, 휴대폰, SNS… 그리고 브런치도??
우리는 매일, 다양한 중독 속에서 살아간다.
커피를 끊으면서 알게 됐다. 나는 생각보다 더 연약한 사람이었고, 동시에 생각보다 꽤(?) 단단한 사람이기도 했다. 하루 한 잔의 습관을 바꾸는 일은, 삶의 균형을 다시 되찾는 일이다.
혹시 지금 끊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먼저 ‘오늘은 안 해보기’부터 시작하면 된다!
두통이 찾아와도, 며칠만 참으면 후루룩 지나가니까.
커피를 끊으며 삶의 지혜를 얻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