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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묻어나는 변화들

검은머리 외국인?

by 하스텔라

아이고고고고… 삭신이야.
20대 땐 이런 말 안 나왔는데, 30대가 되니까 몸이 여기저기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우리 엄마는 가끔 내가 한국 집에 갈 때면, 내 손을 꼭 잡아보시고는
“아이고… 손이 왜 이렇게 거칠어졌어, 흑흑…” 하시는데, 사실 세월 탓은 아니다. 그냥 핸드크림 안 바르고, 손 말리고 막 다녀서 그렇다. 허허


어렸을 때는 피아노를 쳐야만 했으니까 손을 참 조심스럽게 다뤘다.
겨울엔 꼭 장갑 끼고, 틈날 때마다 보습제 바르고..
그런데 독일 와서는 피아노 칠 일도 없고, 손에 신경 쓸 일도 없었다.


아르바이트 하면서 무거운 것도 들어야 하고, 혼자 살아야 하니까 이삿짐이든 뭐든 다 내 몫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늘고 부드럽던 손이 어느새 거칠어지고, 굳은살도 생겨버렸는데, 가끔 단단해진 내 손을 보면서 ‘내가 참 많이 변했구나’ 싶기도 하고, 괜스레 속상하기도 하다. (훌쩍)



손뿐만 아니라, 변한 건 정말 많다.
검은콩 같은 피부, 손 안 댄 자연 그대로의 머리카락,
선크림 하나 바르고 가볍게만 화장하는 나.
그리고… 내가 교사라고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편안한 패션. 크크..


얼마 전, 가족들이 10년 만에 독일에 와서 나와 며칠을 함께 보냈다.
그런데 나중에 가족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는 그냥 검은머리 외국인이더라.”
“너는 완전 독일 사람이더라.”
세상에!


그 말들이 한편으론 웃기기도 했고, 또 한편으론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서늘해지기도 했다.
정말 그럴까? 나는 그렇게 많이 변한 걸까?
아니면… 바뀌지 않으면 이곳에서 살아낼 수 없었던 걸까.


이렇게 바깥모습은 많이 바뀌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나는 나다.

힘들면 울고, 맛있는 거 먹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고, 가족들 앞에선 마음이 스르르 놓이고, 내 사람들 앞에선 여전히 어린애 같은 나.


여전히 나는 김치찌개 냄새가 그리운 사람이고, 한국 음식 앞에서는 언제나 환장하는 사람이다.


내가 변한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나다워진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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