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토종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사회 경험이 전혀 없다. 그런 이유로, 난 막말로 당장 내일 우리나라로 돌아가도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돌아간다면 당연히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여겨지는지 (아니면 검은머리 외국인? 흑흑..), 독일에서는 준독일인으로 여겨지는지, 이 두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아마 어릴 적에 이민 온 1.5세나 해외에서 태어난 2세들은 나보다 더 혼란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독일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다. (솔직히 말해 '외국인 노동자'라는 표현이 긍정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외국인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불편한 시선들은 어디서나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적인 문제는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해결된다. 독일은 한국보다 외국인 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기회도 상대적으론 평등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독일 내에서도 이민자 급증으로 인한 여러 사회적 갈등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이 주제는 추후에 다루고자 한다.)
누군가는 똑같은 능력치의 신입사원이 있다면, 외국인보다는 독일인이 기회를 잡을 일이 더 많다고 이야기하는데 (언어적 이유 등등), 대부분의 외국인, 아니 한국인의 DNA를 가진 나는, 남들의 노력보단 최소한 훨씬 더 많이 하는 편으로 살아왔기에 살아남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선 역시 독일도 한국사회처럼 폐쇄적인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는 외국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아주 민감한 주제이지만, 우리나라의 이민 정책이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외국인의 비자 발급 자체가 독일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점도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이유로, '정당한' 체류 기간이 끝나고, 한국에 그냥 남게 되면 '불법체류자'가 되고, 이들이 차별 대우를 받고, 불합리한 계약 조건에 시달리는 모습 등을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면 참으로 안타깝다.
적어도 독일에선 원래 나라로 '내쫓는' 경우가 흔치는 않으니. (적어도 내가 듣거나 본 적은 없는 편이다.)
혹자는 이것이 독일의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 할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짧게는 5년 후, 길게는 10년 후, 20년 후에 내가 고국으로 돌아갈지도 모르지만, 나는 미래에 국경의 경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더 유연해지기를 희망해 본다.
그때가 되면, 국경은 존재하겠지만, 인종차별이나 차별적인 시선 없이, 우리가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너무 이상적인, 이루어지지 않을 유토피아일까...)
서로가 서로를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 사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하나!
세계는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