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zen 그리고 Siezen
독일에도 존재하는 반말(Duzen)과 존댓말(Siezen).
예의를 표하고자 존중한다는 의미로 한국의 존댓말처럼 사용하다가 어색해지기 일쑤다.
내 첫 존댓말 망신은 바야흐로 유학생 갓난아기 시절 기차역에서 있던 일이다.
늘 그렇듯 연착하는 기차를 기다리던 중, 방송에서 "블라블라블라" 설명이 나왔다.
독일어 까막눈 시절이라 뭐라 하는지 제대로 이해가 안 됐고, 옆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실례합니다. 저에게 방송내용을 다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Entschuldigen Sie bitte, könnten Sie bitte mir sagen, was der gesagt hat?)라고. (물론 이렇게 제대로 얘기했는지도 모르겠다.)
많아야 10살쯤 돼 보이던, 전형적인 학교가방을 메고 있던 남자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았지만 "기차가 조금 더 연착할 것이라고 얘기해 주었어요." 라며 아주 정중하게 답변해 주었다.
한국어로 설명하니 이게 뭐 문제 있나 싶지만 독일어식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어르신, 저에게 방송 내용을 다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라고.
허허허허허 10살 아이에게 어르신이라니.. 그 아이스크림 먹다 놀란 눈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정중히 대답해주던 아이.. 이제 성인이겠지.
아무튼, 이렇게 어린 아이나 청소년에게는 무조건 반말을 쓰는 게 맞다. 존댓말 쓰면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처음 보는 성인에게는 '당연히' 존댓말을 하는데 만약 자기도 모르게 반말을 했다면 "미안합니다. 반말을 해도 될까요?"라고 반드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다.
이렇듯, 성인과의 관계에서는 친밀도에 따라 반말과 존댓말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 가족, 친구, 연인 사이에서는 당연히 반말(Du)을 사용하고,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상하관계와 상관없이 반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각 조직마다 선호하는 소통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친근함을 표현하기 위해 반말을 사용하다가 관계가 어색해질 수도 있다.
학교에서 학부모들과도 이와 관련된 일이 있었다.
1학년 담임시절 학부모 총회 날이었는데 몇몇의 학부모들이 나에게 다짜고짜 "네 이름이 뭐야?" 하며 계속 반말로 얘기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Ich möchte mich als Frau Ha genannt werden." (내 이름 대신 하 선생님이라고 해주세요."라고 정정했는데 그들은 바로 "나이가 어리니까 반말했다.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호칭은 ’하 선생님‘이지만 학부모들과 반말로 소통한다. (잉?)
그렇다. 호칭만 선생님인 이상한 반말문장이 생겨나는데, “하 선생님, 잠시 후 너랑 전화할 수 있어?" 혹은 ”ㅇㅇ어머니, 너 시간 되면 학교에 올 수 있어? “ 이렇게. 하하
물론 젊은 세대들(MZ세대들)은 처음 보는 사이에서도 그냥 냅다 반말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런 문화를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점점 반말과 존댓말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대 사회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소통이 가장 중요한 듯하다.
어쨌든 나는 우리 학교 동료들과 전부 반말로 소통한다. 심지어 교장쌤 과도.
그러니 오늘도.
교장쌤아, 이 서류에 싸인 빨리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