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 ist eine Reise.
내가 소유하고 있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내 이름.
나는 오랜 기간 동안 교회를 다녔는데 성당을 다니기 시작해 최근에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Stella (스텔라).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두 개 이상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는 그들이 대부분 대부모(Paten)에게 이름을 받기 때문이다. 대모, 대부는 신앙의 길잡이로서 인도자 즉 신앙의 부모역할을 하는 사람을 칭하는 말인데,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처음에 매우 혼돈스러웠기에.. 아! 내가 알기론 '세례명' 이라는 개념은 아시아에만 있다. 이는 우리의 이름이 그들처럼 기독교 성인의 이름으로부터 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자, 예를 들어 "Anna Luzia Juliane Anika Schmidt"라는 이름이 있다고 하자.
여기서 Anna, Luzia, Juliane, Anika는 모두 이름이고, Schmidt는 성이다.
이렇게 이름이 최소 두 개에서 많게는 일곱 개 혹은 더 많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관습은 종교적인 이유에서 비롯되었으며, 대부분 대부모로부터 이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즉, 내 세례명이 Stella이니, 나의 대녀(Patentochter) 혹은 지인의 아이가 유아세례를 받을 당시 내가 함께 축복을 해준다면, 그 아이는 부모가 지어준 이름 oo에 나의 이름을 더해 "oo Stella Müller" 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이름 찾기
독일인들은 "나에게 맞는 이름 찾기"라는 기간을 갖는데, 이는 4개의 이름(Anna, Luzia, Juliane, Anika) 중 자신이 불리고 싶은 이름을 선택하는 것이다.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창 시절에는 Anna로 불렸고, 대학 시절에는 Luzia, 일터에서는 Juliane, 그리고 대외 행사에서는 Anika로 소개한다고 한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부캐가 3개 있는 셈이다.
물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본인이 듣기 좋은 이름을 선택하고, 이후에는 누구를 만나든 (예: Luzia)로 자신을 소개한다고 한다.
한편, 나는 오랫동안 외국에 살며 영어 이름이 필요할지에 대해 고민해 왔다.
유학초기 어학원을 다니던 시절부터 대학생, 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나는 줄곧 한국 이름을 고수해 왔는데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내 이름은 Youngju 인데 독일식으로 J발음은 ㅈ가 아니라 ㅇ이여서 나를 "영주" 대신 "영유" 혹은 Young 발음 "융" 으로 하여 "융유" 로 발음하곤 했다.
어차피 오랫동안 내 곁에 있을 사람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냥 그려려니 했다.
매번 설명하는 것도 귀찮았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야 설명해도 괜찮지만 잠시 마주치는 사람들 예를 들어 파티에서 만나거나, 길거리 또는 간단히 소개하는 자리가 있으면 내가 만든 독일식 애칭으로 나를 소개했다.
1분의 만남동안 내 이름 설명만 1분 동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이 애칭은 나의 또 다른 정체성이 되었다.
그러던 중 나는 Stella라는 세례명을 받게 되었고, 이후 교회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면 나를 "스텔라"라고 소개했다. 아직 이 이름은 나에게 어색하지만, 시행착오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스텔라로 나를 소개한다. "Ich bin Stella."
난 아직도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게 제일 좋은지 잘 모르겠다.
부모님이 주신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면 그들에게 쉽게 불릴 수 있는 독일식 애칭, 그리고 세례명.
그런 면에서 나는 서른이 넘은 지금 시점에도 "나에게 맞는 이름 찾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이런 과정 속에 이 이름 찾기의 시절도 머지않아 끝날 수 있지 않을까.
Es ist eine Reise, den passenden Namen zu finden.
나에게 맞는 이름을 찾는 것은 하나의 여행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