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그 두 번째
종종 핸드폰에 있는 사진첩을 들여다보면서 필요 없는 사진은 지우고 좋았던 추억은 다시 곱씹어보곤 한다. 잠시 기억하려고 캡처했던 사진이라던가 구도가 이상한 사진, 심하게 흔들려 어떤 사진인지도 모를 사진들은 과감히 지워 그 빈 곳에 새로운 추억을 채울 준비를 하는 나만의 의식 같은 거랄까. 그런데 유독 지우지 못하는 사진들이 가끔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건 바로 별이 사진. 취미가 별이고 특기가 별이인지라 매번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별이 사진을 찍어왔다. 너무 귀여운 순간을 포착하면 놓치지 않고 찍어놨다가 나중에 추억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물의 찰나를 찍기란 정말 지나가는 KTX에 누가 타고 있는지 발견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 그 찰나를 찍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러대면 거의 대부분이 흔들리거나, 구도가 이상한 엉망진창의 사진으로 가득해지고 만다. 그러다 보니 핸드폰에도 형태도 알지 못할 괴상한 사진들로 한가득...
그럼 정리할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이 사진들은 지우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이 흔들린 사진마저 추억이 될까 봐 그런가... 11년.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11년을 함께 살고 있지만 이야말로 내 기나긴 삶에 찰나와 같아서 눈 깜짝하면 사라질까 늘 마음 한편엔 그런 불안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이런 사진마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