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 많은 인형을...
별이가 오기 전부터 집에는 꽤나 다양한 인형들이 있었다. 선물로 받은 곰인형, 지나가다 인형 뽑기로 뽑은 토끼 인형,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귀여운 강아지 인형 등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인형을 좋아해서 방에 놓아두곤 했다. 그런데 별이가 집에 오고서부터는 그 많던 인형들은 본의 아니게 다 별이의 장난감이 되어버렸다. 딱히 줄 생각은 없었는데 어느샌가 별이 입에 물려있다던가, 몰래 숨겨놔도 달라고 때를 써서 어쩔 수 없이 주는 등 결국은 다 별이 장난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심심해서 물고, 신나서 흔들고, 화나서 뜯고… 다양한 방법으로 가지고 논지 10년이 넘으면서 성한 인형이 단 하나도 없다. 어떤 인형은 눈이 없고, 어떤 인형은 귀가 없고, 어떤 인형은 속이 터져 흰 솜이 보이고, 어떤 인형은 겉 가죽만 남아 있다. 이렇게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약간… 뜻밖의 공포체험 같이 섬뜩해지는 건 기분 탓일까? 당연히 개가 가지고 놀았으니까 그렇겠지 하고 지내왔었는데 새삼스레 둘러보니 마치 인형이 주제로 나오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 뭔가 밤에 자신을 그렇게 처참하게(?) 내버려 둔 날 원망하며 저주를 걸지 않을까? 하는 망상에 잠시 잠깐 빠져보기도...
부디 이 인형들이 나를 원망하지 않기를 바라며 별이가 건강하게 살 때까지 조금만 수고해 달라고 부탁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인형들아 고마워! 좀만… 더 버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