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키운 반려견이 암에 걸렸어요

별소리일기 ep.05

by 슈나비

반려견 10년이면 사람 나이로 6~70대를 접어들었다고들 하던데... 그래서 그런가...

야속하게도 시간은 흘러 노견에 접어든 별이 몸에 하나둘씩 고장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몸의 곳곳에 지방종으로 의심되는 혹들이 생겼고, 그 지방종엔 악질의 종양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동네 작은 병원을 전전해도 알 수 있는 건 지방종이라는 포괄적인 정보들 뿐이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어요. 수술이야기가 나왔지만 어떤 병원은 '수술하면 안 된다', 어떤 병원은 '수술을 시도해보자'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만만치 않은 병원비, 알 수 없는 반려견의 상태와 마음,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을 가지고 어떻게 보호자로서 쉽게 결정할 수 있을까요...

한 병원의 제안으로 큰맘 먹고 수술을 했고, 수술은 성공처럼 보였습니다. 다리에 혹은 잘 제거가 되었고, 더 이상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잠깐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그러나 오래지 않아 별이가 급격하게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금방 같은 자리에 혹이 또 자라났고 더 안 좋아진 모습에 수술을 괜히 시켰나 하는 후회가 물밀듯 밀려오더라고요. 물론 최선을 다해서 수술해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저 별이의 종양의 성질을 조금만 더 검사해보고 알아본 다음 수술 여부를 권해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원망은 드네요.

다시 생긴 종양이 말도 못 할 속도로 커지자 조금 더 큰 병원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정밀검사 시스템이 있는 큰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해보니 단순한 지방종이 아니었어요. 근육에 생기는 연부조직육종. 암이었습니다. 이미 간까지 전이되어 이젠 정말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호스피스 적인 보호관찰치료만 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 기간마저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라고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간 10년의 행복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6개월이라는 말도 안 되게 짧아 보이는 숫자의 시간이 주어진 별이를 보고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만만치 않은 병원비를 핑계로,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는 별이를 보며 안도하는 동안 치료가 늦어져 이렇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자책과 갑자기 생각하게 된 이별의 순간들이 매 순간 울컥하게 만들고 마음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보다 더 힘든 건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보호자로서의 무능함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많은 반려인들이 반려견이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게 됩니다. 말은 안 통하고, 정보는 적고, 병원비는 만만치 않으니까요. 뉴스를 보면 병원비가 감당이 안돼서 혹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등의 이유로 아픈 반려견들이 많이 버려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많이 안타깝고 슬플 따름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무능한 보호자가 아닐 수 있게 조금이라도 더 발전되고 안정된 반려견 의료시설과 정보들이 주어질 수 있길... 바라봅니다. 나의 가족인 반려견이 이 세상에 내려와 사는 동안 최선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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