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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자 C Jul 18. 2024

Amo: Volo ut sis.

산 책_신형철, 『인생의 역사』중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날 산책을 나서지 못하는 아쉬움을 연초에 산 책, 『인생의 역사』로 달랬습니다. 하아, 신형철! 형! 하는 감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와 종종 읽기를 중단하고 깨끗한 노트에 필사하며 읽었습니다. 가장 모범적이며 탐욕스러운 읽기는 연애편지 읽기라는데, 저는 그의 문장을 연애편지 읽듯 읽게 됩니다.




두 사람의 말은 모두 진실이다. 그러나 나의 진실은 아니다. 사랑은 세상이 고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일이다. 사랑은 가치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가치다. 나의 진실은 다음 문장에 있다. "Amo: Volo ut sis." 하이데거가 아렌트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에 적힌 아우구스티누스의 말, 훗날 아렌트가 『전체주의의 기원』(9장 2절)에서 다시 적은 그 말. "사랑합니다. 당신이 존재하기를 원합니다." 사랑은 당신이 이 세상에 살아 있기를 원하는 단순하고 명확한 갈망이다. '너는 이 세상에 있어야 한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아모 볼로 우트 시스. 세상이 고통이어도 함께 살아내자고, 서로를 살게 하는 것이 사랑이 아는 유일한 가치라고 말하는 네 개의 단어.
-신형철, 『인생의 역사』 96p.




이영광의 사랑의 발명은 '무정한 신 아래에서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기 시작한 어떤 순간들의 원형'을 보여주는 시다. 나는 인간이 신 없이 종교적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생각하는 무신론자인데, 나에게 그 무엇보다 종교적인 사건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곁에 있겠다고, 그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무신론자는 신이 없다는 증거를 쥐고 기뻐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염려하는 사람이다. 신이 없기 때문에 그 대신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의 곁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 세상의 한 인간은 다른 한 인간을 향한 사랑을 발명해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신이 아니라 이 생각을 믿는다.
-신형철, 『인생의 역사』 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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