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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소리를 들어도 아직은 모르겠어

임신 7주 차

by 여행하는 과학쌤

저출산 시대라고는 하는데 산부인과의 진료 예약은 늘 꽉 차 있다. 분만을 하는 병원 자체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여자 의료진을 고른다면 예약은 더욱 힘들어진다.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별 생각 없이 집 근처의 분만 병원에 전화를 걸었는데, 한 달 뒤로 예약이 잡혔다. 어릴 때부터 가던 작은 의원에 한동안 다니다가, 7주 5일 차에 분만 병원로 옮기게 되었다.


임신 초기 유산 사례를 많이 접했던 지라 병원에 갈 때마다 엄청나게 떨는데, 큰 병원은 처음이다 보니 히 떨렸다. 심지어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중에, 어떤 산모가 휠체어를 타고 다리 사이로 피를 흘리며 등장하더니 응급 순서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간호사들이 뛰어다니고 전화를 걸며 부산한 와중에 내 심장도 미친 듯이 뛰었다. 모든 게 무서웠다.


다행히 담당 의사 선생님은 정말 친절했다. 질 초음파도 하나도 안 아프게 봐주셨고, 나긋나긋하게 설명도 오래 해주셨다. 아기집이 많이 커져 있었고 작은 배아와 깜빡이는 심장도 보였다. 심장 박동수는 170으로 주수에 맞게 정상이라고 했다. 심장 소리도 들었다.


십몇 년 전 교생 실습을 나갔을 때, 사람의 기관계 단원 수업 참관을 했었더랬다. 나를 담당하던 생물 선생님은 남자분이었는데, 첫 아이의 심장 소리를 수업 자료로 려주며 아빠로서 그 순간이 얼마나 벅차올랐는지를 한참 말씀하셨다. 그 외에도 태아 심장 소리의 경이로움에 대해 익히 들었던 터라 내 아이의 심장 박동 어떤 기분일까 싶었는데, 허무하게도 막상 별 생각이 없었다.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유산되지 않고 잘 크고 있구나 싶어서 다른 생각이 안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입덧의 고통이 너무 심해서 태아에 대해 깊이 교감할 여력이 없었다. 진료를 기다릴 때에도, 진료 중에도, 피검사를 하는 동안에도, 속은 속절없이 울렁거렸다. 알아서 잘 크는 아이를 두고 시간이 2년쯤 미래로 흘러가 있기만을 바랬다.


태아의 심장과 혈관은 수정 후 2주가 조금 지난 시기부터 발달하기 시작한다. 수정 후 3주(임신 5주 차)에는 이미 심장이 혈액을 펌프하는 기능을 한다. 다른 기관이 임신 5주 차부터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에 비해 심장 발달은 빠르게 일어나는 것이다. 초음파로 관찰하면 심장의 펌프질이 작은 점의 깜빡임처럼 보인다. 이후 몇 주 동안 좌우 구획이 나뉘고 심방과 심실 사이 판막이 생기면서 성인의 심장 구조와 닮아간다. 심장 발달 초기에는 분당 160~180회까지 빠르게 펌프질을 하다가, 심장근육이 성숙하면 120~150회/분으로 심박수가 안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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