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1주 차
두 달 전 임신 사실을 몰랐을 때 측정했던 인바디 기록지를 뒤져보았다. 55kg이었다. 올해 들어 체중을 잴 때마다 매번 조금씩 최고치를 경신했더랬다. 어느 순간 50보다 60에 더 가까워진 숫자를 보고 헬스장에 가서 다이어트 의지를 다지던 중이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오늘의 몸무게는 49.8kg이다. 앞자리 4는 고등학생 때 이후로 본 적 없던 일이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50kg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달 만에 이렇게 체중이 감소하는 건 위험 신호 같아서 예약날이 아닌데도 병원에 갔다.
사실 병원에 가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임신이며 입덧이며 다 처음 겪는 일이라 어디까지가 일반적인 상황이고 어디까지가 병원에 갈 상황인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못 먹고 토하느라 죽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매일 병원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은 늘 그렇듯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일산의 양대 산부인과인 차병원과 허유재병원 중에 많은 고민 끝에 허유재병원을 택했는데, 선생님의 친절함과 다정함이 매번 마음을 녹인다.
임신 전과 비교해 10퍼센트가량 체중이 감소했으니 적극적으로 수액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병원에 계속 오라고 하셨다. 아이는 알아서 필요한 것을 챙기며 잘 크고 있으니 아이 걱정은 하지 말라고도 하셨다. 오늘은 질초음파가 아니라 배로 초음파를 볼 수 있을 만큼 아이가 자라 있었다.
엽산도 못 먹고 있는데 괜찮을지 여쭤봤더니, 아이는 알아서 클 테니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엄마 걱정만 하라는 말에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동안 토하고 쓰러지고 우는 와중에, 아이는 괜찮냐, 아이 생각해서 먹어라, 울면 아이에게 안 좋다, 그런 말들에 심통이 났었다. 아직은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찬 덜 어른이다.
융모막에서 기원된 아기 혈관과 엄마의 자궁 내막 일부를 통틀어 태반이라 한다. 태반을 통해서 엄마 혈액의 영양분이 태아에게 공급되고, 태아에게서 나온 노폐물이 엄마의 혈관을 통해 제거된다. 태반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수정란이 가지고 있던 난황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고, 태반이 완전히 기능한 후에 난황은 퇴화한다. 대체로 임신 12주~14주에 태반의 구조와 기능이 완성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엄마의 영양분이 아기에게 직접 전달되는 정도가 미미하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난황의 영양분을 이용해 태아 스스로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