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2주 차
hcg 호르몬이 입덧의 원인이라기에 주차별 hcg 그래프를 들여다보며 언제쯤 입덧이 나아지려나 날짜를 세고 또 셌더랬다. 12주부터 hcg 농도가 떨어지는 그래프처럼, 12주 차가 되자 거짓말처럼 구토가 줄었다. 하루에 네다섯 번씩 꼬박꼬박 토하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하루 한두 번으로 토하는 횟수가 줄었다.
지난주에 항구토제 주사를 매일 맞은 것과 입덧이 줄어들 주차가 맞물려서 상태가 호전된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속이 편하지는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없다. 토를 한 직후에는 잠시 속이 가라앉기도 했는데, 토를 덜 하니 오히려 종일 속이 답답하고 울렁거린다.
토를 하는 순간에는 위가 왈칵 대고 꿀렁거리는 느낌, 음식물이 거꾸로 쏟아져 나오는 냄새, 식도의 쓰린 느낌이 고통스럽다. 토를 하지 않는 동안에는 뭔가가 올라올 듯 말 듯 목구멍에 걸린 느낌, 멀미 같은 울렁거림, 두통이 계속된다. 모든 순간이 아직은 힘들다.
12주 차를 맞아 1차 기형아 검사도 했다. 아이는 6cm였고 다행히 초음파상 특이 소견은 없다고 했다. 목 뒤의 투명대와 콧대가 동시에 보여야 투명대 두께를 제대로 잴 수 있다고 해서, 적당한 각도로 태아가 움직이기를 한참이나 기다렸다. 담당 의사 선생님은 늘 친절하고 조심스러운데, 정밀 초음파를 촬영하는 선생님은 과격했다. 초음파 기계로 배를 이리저리 흔들고 누르면서 움직임을 유도했는데, 이렇게까지 세게 눌러도 되는 건가 싶을 만큼 아팠다.
입체 초음파를 보는 동안에도 여전히 실감은 안 났다. 초음파를 볼 때 말고는 아직 내 배 안에 무언가 있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가 않는다. 초음파 영상을 보고 있어도 뭔가 나랑은 동떨어진 어떤 세계인 것만 같다. 아직 태담도 한 번도 못 해줬고, 아이에게 좋은 생각이나 따뜻한 생각 같은 것도 한 번도 못 했다. 하루하루 버티는 게 고통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알아서 잘 크고 있는 것이 그저 다행이었다.
태아 목덜미 투명대란 목 뒤의 피부와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 액체층을 의미한다. 임신 11주~14주 사이에 목덜미 투명대를 측정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액체가 흡수되어 사라진다. 정상적인 두께는 1.5mm 내외이며 3mm 이상이면 다운 증후군일 확률이 높아 정확한 확진 검사를 권유받는다. 다운증후군인 태아는 심장, 혈관, 림프관 발달이 지연되어 이 액체가 잘 흡수되지 않으며, 결합조직이 약해 오히려 체액이 밖으로 새기 때문에 목덜미 투명대가 두껍게 관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