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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Oct 16. 2019

바다로 간 육지생물, 그 발자취

얼마 전 일본이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고래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상업 포경을 금지한 국제포경위원회를 일본이 탈퇴한 이유는 다시 고래잡이를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것이지요. 전 세계가 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고래는 바다에서 가장 큰 동물일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도 가장 큰 동물이지요. 게다가 지구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큰 동물이기도 합니다. 공룡도 고래에게 덩치론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고래는 잘 아시다시피 사실 어류가 아닙니다. 육지에 살던 조상이 다시 바다로 간 것이지요.  


육지에서 잘 살다가 다시 바다로 간 동물은 고래뿐만이 아닙니다. 물개나 바다사자, 바다소도 엄연히 포유류입니다. 과거로 돌아가 보면 공룡이 살던 중생대에는 포유류 대신 파충류들이 바다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물고기 파충류, 어룡


공룡의 시대로 기억되는 중생대는 공룡만의 세상이 아니라 하늘에는 익룡이, 바다에는 또 다른 파충류들이 살던 파충류의 시대입니다. 중생대 첫 시기는 트라이아스기입니다. 이 시대에 바다는 어룡(Ichthyosaurus)이 지배했습니다. Ichthy는 그리스어로 물고기란 뜻이고 Saurus는 도마뱀이란 뜻이니 결국 물고기 모습의 도마뱀이란 말이지요.

어룡 (Ichthyosaurus) by Nobu Tamura CC BY 3.0 (Wikimedia)


사진을 보면 돌고래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머리 위쪽에 코가 변형된 숨구멍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뿐 아니죠. 좁고 긴 입, 통통하고 유선형으로 생긴 몸통, 지느러미의 모습도 거의 돌고래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포유류가 아닌 파충류였던 거지요. 이들은 파충류니 당연히 알을 낳습니다. 그러나 바다에서 알을 품을 수 없으니 몸 안에서 알을 부화시켜 새끼의 형태로 출산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출산 형태를 난태생이라고 합니다. 상어가 대표적인 난태생 생물이지요. 이처럼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먹이를 먹으며 살다보면 애초에 연원은 다르지만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하게 되는데 이를 수렴진화라 합니다.


어룡이 주름잡던 트라이아스기 말에 대부분이 멸종되는 대멸종 사건이 일어납니다. 당시 살던 생물들의 80% 이상이 멸종된 대사건이었지요. 어룡의 전성기도 이때 끝이 납니다.






목이야 꼬리야~


플레시오사우루스 by Adam Stuart Smith CC BY-SA (Wikimedia)


어룡의 기세가 한풀 꺾인 중생대 두 번째 시기인 쥐라기가 시작되자 바다엔 다시 거대 파충류가 등장합니다. 플레시오사우루스(plesiosaurus)라고 합니다. 장경룡이라고도 하고 수장룡이라고도 합니다. 장은 길다는 뜻인데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목이 아주 긴 녀석입니다. 물론 이들 종류 중에는 목이 짧은 종도 꽤나 많았습니다만 처음 발견된 화석의 목이 긴 특징만을 고려해서 이름을 짓다 보니 목이 길든 짧든 모두 장경룡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아주 작은 머리에 가늘고 긴 목, 그리고 거북이를 닮은 통통한 몸통을 가진 바다 파충류입니다. 어룡처럼 난태생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저 긴 목이 꼬리였을 것으로 여겼지요. 우리가 봐도 뭔가 머리는 길고 꼬리는 짧은 것이 오히려 뒤바뀐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쥐라기와 백악기 중기까지 중생대의 바다를 지배하였습니다만 백악기 후기가 되자 새로운 녀석들이 나타납니다.






카니발리즘의 모사사우루스


모사사우루스 by Dmitry Bogdanov CC BY 3.0 (Wikimedia)


백악기 말에 떨어진 운석이 아니었다면 좀 더 오래 바다를 지배했을 중생대 마지막 바다 파충류는 모사사우루스(Mosasaurus)입니다. 모사사우루스는 지금의 왕도마뱀하고 가까운 친척쯤 됩니다.

몸 전체는 약 10m 정도에 달할 정도로 크고 최대 18m 정도까지 성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고래 정도는 아니라도 상당한 덩치지요. 그리고 보다시피 입이 아주 크고 이빨도 날카롭습니다. 바닷속의 모든 움직이는 물체에 덤비고 모두 잡아먹는, 심지어 동족도 눈에 띄기만 하면 잡아먹는 아주 거친 녀석들이었습니다. 상어도 상대가 되질 않았습니다.


중생대의 바다를 차례로 지배했던 바다 파충류들은 그러나 멕시코 유카탄반도 끝에 떨어진 운석에 의해 모두 멸종하고 맙니다. 그리고 신생대가 시작되지요.




고래의 선조 


파키세투스 by Nobu Tamura CC BY 3.0 (Wikimedia)


고래의 선조는 아마 아프리카가 아직 인도와 붙어있을 당시 그 부근에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유전적으로 고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하마입니다. 둘은 공통의 조상이 있었던 거죠. 그러다 인도가 아프리카와 떨어져 점차 북상하는 동안 고래의 선조는 인도에 갇혀버립니다. 마치 노아의 방주를 탄 동물들처럼 말이지요. 그 뒤 인도는 다시 아시아의 남쪽에 접근하고 이윽고 아시아와 충돌합니다. 그 와중에서 고래의 선조는 이제 다시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지요. 그 조상 중의 하나가 파키스탄에서 발견된 파키세투스(pakicetus)입니다. 파키스탄과 고래란 뜻으로 자주 쓰이는 바다 괴물을 뜻하는 그리스어 세투스(cetus)를 합쳐서 지은 이름이지요. 별자리 중 고래자리의 이름도 그래서 세투스입니다.

레밍토노케투스 by Nobu Tamura CC BY 3.0 (Wikimedia)


파키세투스는 반수생동물로 육지에서 살면서 먹이는 물에서 얻었던 생물입니다. 그러다 바다에서의 생활이 점점 길어지면서 몸은 유선형으로 바뀌고 다리는 짧아지면서 물갈퀴가 생깁니다. 꼬리는 두꺼워지고 코는 점점 위로 올라가지요.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레밍토노케투스가 그렇게 진화한 고래의 중간 선조입니다.



바실로사우루스 by Pavel.Riha.CB CC BY-SA 3.0 (Wikimedia)

그러다 거의 물에서만 살게 되면서 지금의 바다사자나 물개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지요. 이제 발가락은 사라지고 꼬리는 완전히 지느러미의 형태를 갖춥니다. 바실로사우루스가 바로 그렇게 진화한 모습이지요. 하지만 아직 뒷다리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 현재의 고래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흔히 성경에 나오는 바다 괴물 레비어탄(Leviathan)과 가장 흡사한 모습입니다.
















수염과 이빨


수염고래에 속하는 혹등고래

지금의 고래는 크게 나눠서 이빨고래수염고래로 나눕니다. 수염고래는 입안에 각질로 된 수염을 가지고 있지요. 그러니 수염고래라 하더라도 겉으로 보기에는 수염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들은 물을 한껏 빨아들인 다음 이 수염 사이로 물을 밀어냅니다. 그때 수염에 걸러지는 무척추동물을 먹이로 삼는 것이지요. 한꺼번에 많은 물을 삼켰다 뱉어내기 위해 입이 매우 커졌습니다. 지구상에서 지금껏 나타난 동물 중 가장 덩치가 큰 대왕고래가 대표적인 수염고래지요. 몸길이가 보통 24~33m이고 무게는 80~100톤에 달합니다. 크릴이라는 일종의 새우를 하루에 4톤씩 먹어댑니다.


이빨고래에 속하는 범고래 @Public Domain (Wikimedia)


이빨고래는 말 그대로 입에 이빨이 있는 고래로 사냥을 통해 먹이를 얻습니다. 돌고래나 범고래가 대표적이지요. 흔히 돌고래라 하는데 하나의 종이 아니라 크기가 작은 여러 종류의 이빨고래를 통칭하는 것입니다. 이빨고래는 박쥐와 함께 반향정위(echolocation : 음파를 활용해서 위치 파악)를 이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들은 이마에 있는 멜론이란 기관을 통해 초음파를 방출합니다. 그리고 물체에 맞고 돌아오는 초음파를 아래턱 쪽에서 감지하여 먹이나 해저 지형을 파악합니다. 초음파는 또 동료 간의 의사소통에도 이용됩니다.






고래는 버틸 수 있을까?


18세기 북극에서의 고래사냥 @Public Domain (Wikimedia)


현재 다양한 종류의 고래가 전 세계 바다를 누비고 있습니다. 일각고래는 북극해에서 얼음을 깨며 다니고, 흰수염고래는 남극해에서 크릴을 먹고 삽니다. 돌고래는 상어와 경쟁을 하며 해양 육식동물의 왕으로 군림하며 향유고래는 심해로 내려가 십여 미터에 이르는 대왕오징어를 사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생대의 바다를 지배하는 고래도 멸종의 위기를 겪고 있지요. 인간 때문입니다. 17세기 산업혁명 이후 고래의 기름은 윤활유로 가로등 연료로 양초로 사용됩니다. 유럽과 미국의 포경산업은 고기 때문이 아니라 이 기름 때문에 이루어졌습니다. 대서양의 고래가 씨가 마르고 태평양에서도 고래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지요.


서구 유럽의 고래잡이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에 막을 내리는데 이유는 고래가 너무 줄어든 것과 때마침 고래 기름을 대체할 석유가 대량 생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식용고기를 위한 상업 포경도 이미 개체수가 너무 줄어든 고래에겐 큰 위협이 됩니다. 일본의 상업 포경 재개에 많은 환경 단체들이 우려를 표하는 이유입니다.






아직은 진화 중인 물개와 바다사자


동물 분류상 기각상과의 동물들


물개와 바다사자는 고래와는 달리 짝짓기와 번식은 육지에서 합니다. 물에 최적화된 몸이기 때문에 다른 천적이 있는 땅은 위험하여 주로 빙산이나 천적이 없는 작은 섬들에서 번식이 이루어지지요. 이들은 앞서 고래의 진화과정에서 봤던 중간 단계의 모습과 유사합니다. 이들을 모두 한데 모아 기각상과(Pinniped) 라고 합니다. 지느러미 형태의 발을 가진 동물들이란 뜻이지요. 분류학적으로 이들은 동물계 척삭동물문 > 포유강 > 식육목 > 개아목 > 기각상과입니다. 즉 개의 친척이란 뜻이지요. 크게 바다코끼리과 물범과 물개과로 나눕니다. 물범과 물개는 겉으로 보기에 귀를 가지고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귀가 밖으로 돌출되면 물개과이고 겉으로 돌출된 귀가 없으면 물범과지요.


짝짓기 이외의 시기는 바다에서만 사는 녀석들입니다. 몇 만 년 뒤에는 이들 기각상과 동물들도 짝짓기와 번식을 모두 바다에서 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어느 시대건 간에 육지에서 바다로 가는 동물들은 늘 있기 마련이고 많은 시도는 실패합니다. 고래나 물개 등은 그런 수많은 실패를 딛고 지금 우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만 중생대의 어룡처럼 언젠가 시간이 흐른 뒤에는 또 다른 생물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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