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직장학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유신 Scott Park Mar 17. 2016

[박유신의 호주 이야기 16] 영어 스피치 클럽

영어 스피치 클럽 Toastmasters

회사안팎에서 영어로 인한 굴욕을 겪으면서 어떻게 하면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와중에 지인으로부터 Toastmasters라고 하는 영어 스피치 클럽을 소개받았다.Toastmasters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건배 제의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클럽이 아닌가 추측했으나 알고 보니 스피치 스킬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비영리단체였다. 


 번째Toastmasters 미팅에 참석하다 


Mr. Google 에게 부탁해서 회사 근처에 있는 Toastmasters 클럽을 찾아낸 후, 다음 정기 모임에 게스트로 참석하기로 연락을 했다. 퇴근 후 뻘줌한 가운데 모임 장소를 찾아가니 여러 명이 반갑게 맞아준다. 먼저 자신들의 소개를 하고, 어떻게 이 모임에 오게 되었는지 등의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모임이 정시에 시작되고, 회원들의 준비된 스피치를 들으며 감탄했다. 다들 모두 어찌나 자신감 있게 유머를 섞어가며 스피치를 잘 하던지. 또한 즉흥적인 질문에 마치 준비한 듯한 즉석 답변 스피치를 들으며 다시 감탄했다. 모임은 회사 미팅보다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진행이 되었다. 회비도 착했다. 한 달에 호주 달러 12불, 원화로는 약 만원으로 고작 커피 3잔 값이었다. 모임이 끝난 후에 바로 클럽가입을 결심했다.    


클럽 가입 후 2-3주간 준비해서 Ice Breaker 스피치라 불리는 첫 번째 스피치를 했다. 보통 Ice Breaker 스피치는 자신의 삶과 관심사 등에 대해 얘기한다. 나는 마라톤과 호주에 오게 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미리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통째로 외워서 약 5분 정도 발표를 했다. 어찌나 떨리고 긴장되던지. 내 스피치 이후에 동료 클럽 멤버로부터의평가 시간이 있었다. 내가 뭘 잘했고 어떤 점을 개선하면좋을 지에 대해 얘기 했는데, 우선 첫 번째 스피치를 한 것 자체에대한 축하와 함께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나의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


Toastmasters클럽을 통해뭘 얻었나스피치 능력 향상


첫 번째 스피치로 시작해서 매뉴얼에 있는 대로 총 10개의 스피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갔다. 각 스피치에는 명확한 목표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어떻게 스피치를 소개, 분문, 결론의 형태로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지, 어떻게 스피치 주제에 대해 연구하는 지, 손짓, 눈맞춤, 말의 속도와 높낮이는 물론 어떻게 효과적으로 시각적 자료 (요즘 많이 사용하는 파워포인트 파일)를 이용하는 지 등이다. 


처음 몇 개의 스피치는 미리 전체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통째로 암기해서 발표했으나 그 이후에는 노트한 장에 중요한 몇 개 꼭지만을 써놓은 상태로 스피치를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좀 더 생생하게 청중과 호흡하며 발표를 할 수 있었다.


Toastmasters클럽을 통해뭘 얻었나피드백 주고 받기


매 스피치마다 항상 동료 클럽 멤버에 의한 평가시간이 주어졌다. 이를 통해 그 스피치의 장점과 개선점에대한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었다. 이 평가시간은 발표자를 긍정적으로 독려하는 분위기에서 이루어졌으며 다음 스피치를 향상시키는 데 큰도움이 되었다. 


회사 생활에서 피드백은 참 중요하다. 피드백을 주던지 받던지 간에. 하지만 어떻게 피드백을 주고 받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 고민의 시간이 적었으며 또한 이에 대한 교육도부족했었다. 스피치 클럽에서의 평가시간은 실제 회사생활에구체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 예를 들어 정기적 평가, 일대일 미팅, 비공식적 피드백 등 헤아릴 수 없다. 스피치 향상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요인을 뽑는다면, 연습과 피드백이다. 마치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에는 조그만눈덩이지만 굴릴수록 점점 커지듯이, 연습과 피드백이 선순환 되면 될수록 그만큼 스피치 실력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Toastmasters클럽을 통해뭘 얻었나즉석 스피치 실력 향상


Toastmasters 클럽은 우리가 현실에서 자주 겪게 되는즉석 스피치(Impromptu Speech)를 연습하고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 또한 제공했다. 어떤 임의의 주제나 질문이 주어지면 그 자리에서 바로 1분 내외의 시간에 답을 하는 것이다. 이 주제나 질문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질문을 받고 그 자리에서 생각해서 바로 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어느 클럽 미팅 날이었다. 그 날의 즉석 스피치 주제는 작가나 유명한 사람들의 인용어구였다. 각자 한 문장으로 되어 있는 인용문에대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1분 동안 얘기했다. 가슴을 졸이는 가운데 내 이름이 호명되고인용어구를 받았다. 아뿔사, 까다로운 문장이었다. 명확한 의미가 다가오지 않는다. 해석하려고 노력하는 사이 15초가 후딱 지나갔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고민할수록내 머리 속은 까매져만 갔다. 그 상태로 1분이 지났다. 어찌나 창피하고 황당하던지. 


클럽 가입한 지 4년 반이 지난 지금은 연습과 단련을 통해 어떤 질문을 받아도 끄떡없다. 즉석 스피치에 효과적인 몇 개 스피치구조를 통해 어떤 질문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많이 뻔뻔해졌다. 만약 정말 답하기 힘든 질문을 받으면, 아예 뻔뻔스럽게 질문을 바꿔버려서 다른 얘기를 할 배짱도 생겼다.


가끔 새로운 클럽 멤버가 즉석 스피치 때문에 곤욕스러워하면 내 경험을 얘기하면서 잘 했다고 어깨를두드려주곤 한다.   


Toastmasters 클럽을 통한 리더십 향상

이러한 경험을 통해 영어로 스피치를 할 때 듣기, 말하기 능력은 물론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Toastmasters 클럽은 단지 스피치 실력 향상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중요한 목표는 리더십 계발에 있었다. 필자는 약 4년반 전에 클럽에 처음 참여한 이후로지금까지 계속 활동을 해오고 있다. 


클럽 가입 후 약 2년이 지난 후에 클럽의 교육담당 VicePresident를 맡았다. 매 미팅의 어젠더를 마련하고 클럽회원들의 스피치 실력향상을 위해 멘토링과 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역할이었다. 비영어권 출신으로서 제대로 해낼 수있을까 하는 걱정을 지닌 채 시작했으나, 동료 클럽 임원들과 멤버들의 지지와 도움을 바탕으로 1년의 임기를 잘 마칠 수 있었다. 


그 다음 해에는 클럽 President에 도전했다. 공식적인 선거가 있지만 자발적으로 지원하고 나면 클럽 멤버들의 박수와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바로 임명된다. 교육담당 Vice President는 주로 클럽내부 활동에 치중했다면, President는 클럽 외부와의 활동이 많았다. 예를 들어 클럽 상위조직인 Area, Division, District 레벨의 회의에서클럽을 대표하는 역할이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리더십을 키울 수있었다. 


Toastmasters 클럽을 통해 만난 다양한 사람들

Toastmasters 클럽은 또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클럽에는 학생부터 시작해서 치과의사,건설 아키텍트 그리고 은퇴한 분들까지 참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참여했다. 출신들도 다양했다. 호주는 물론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필리핀, 중국, 브라질, 콜롬비아 등. 물론 관심사도 다양했다. 맥주 양조, 오리엔티어링 (보통 숲 속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정해진 체크 포인트들을 찾아내는 게임), 천문학등. 이들의 본인의 관심사에 대한 열정적인 스피치를 듣고 있노라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Call to Action    

이 글을 읽는 분께. 한국에 있든 외국에 있든Toastmasters 클럽은 어디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대로 바로 회사 근처 또는 집 근처의 클럽을 검색하여 가입하길 추천합니다. 혹시Toastmasters 클럽이 없는 지방에 계신다면 주말을 이용해서 서울이나 근처 도시로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글을 읽는 것으로만 끝난다면 본인에게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클럽에가입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십시요. 그만큼 많이 얻을 것입니다. 뜻하지않은 행운이 따라 준다면 혹시 미래의 배우자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클럽가입 후에 댓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을 남기지 않더라도 클럽을 가입하기만 한다면 기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박유신의 호주 이야기 15] 영어회의 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