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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2 러닝과 들숨 날숨 모두 코호흡으로

by 박유신 Scott Park

요즘 존 2 (Zone 2) 러닝이 붐이다. 존 2 러닝은 최대 심박수의 60-70% 를 유지함으로써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편한 달리기이다. 맷 피츠제럴드는 "80대 20 러닝 훈련법" 책에서 전체 훈련시간 중에서 저중강도 훈련을 80% 이상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천천히 오래 달리면 몸이 알아서 편안하고 효율적인 달리기 자세를 만든다. 그리고 초고강도 훈련을 하더라도 "조금 더 달릴 수 있겠는데” 하는 상태에서 훈련이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아직 배가 고프지만 수저를 놓는' 식사법과 비슷하다.


나에게는 존 2 러닝 할 때 들숨 날숨 모두 코로만 호흡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예전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했을 때는 입과 코를 모두 사용해서 호흡을 했다. 그러나 2,3년 전쯤에 '달리는 거북이 김성우'님의 유튜브 동영상들을 보고 나서는 코호흡으로 완전히 바꿨다.


러너들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부상이다. 이는 대개 몸에 이상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계속 달리기를 할 때 발생한다. 들숨과 날숨 모두 코호흡만 하면 본인의 체력에 맞는 속도로 달리게 된다. 오버 페이스를 하기 힘들어진다. 즉 코호흡이 부상을 예방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더운 여름날 뛰면 목이 금방 자주 마르는 것을 경험한다. 하지만 코호흡을 하면 공기가 바로 목으로 들어가지 않으므로 갈증이 훨씬 덜해진다. 우리 코는 태어날 때부터 최고급 공기청정기인 셈이다.


옛날에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 무슨 급한 일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겨울 저녁때에 최대한의 속도로 죽어라 달렸다. 입으로 헉헉대면서 말이다. 그렇게 50 미터쯤 뛰고 나니 마치 꽝꽝 얼어붙은 강의 얼음 한 조각이 내 폐에 박힌 듯한 느낌이었다. 코호흡을 하면 한겨울에도 차가운 공기가 바로 목을 통해 폐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코를 통해 어느 정도 데워지므로 몸에 무리가 덜 간다. 코가 천연 히터 역할까지 해주는 것이다. 정말 우리 코는 만능이다.


코호흡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명상 효과이다. 입으로 호흡할 때보다 코로만 숨을 쉬면 훨씬 더 호흡에 집중할 수 있다. 달리며 온전히 들숨과 날숨에 주위를 기울이면 온갖 생각이 사라지고 머리가 점점 맑아진다. '내일 회의는 어떻게 하지?', '집 청소해야 하는데' 같은 잡념들이 스르르 사라진다. 주말에 4시간 이상 달리기를 하는 시간은 나에게 긴 명상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달리고 나면 몸에서는 피로가 느껴지지만 머릿속은 대청소를 마친 듯 개운해진다. 마치 컴퓨터를 재부팅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제는 코호흡 없는 달리기는 상상할 수 없다. "코야,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달리는 거북이 김성우'님의 코호흡 유튜브 동영상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8MQ0fY9KeNtcA2xpgYsy51h0Ti_6XK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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