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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Jul 17. 2018

뭣이 중헌디 (2)

내게 가장 소중한 것

현재 피터님이 운영 중인 50일 글쓰기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피터님이 같은 주제로 모임 사람들이 글을 쓰면 어떻겠냐는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글의 주제는 내게 가장 소중한 것. 마침 내가 이전에 썼던 글 - 뭣이 중헌디 - 와도 같은 맥락이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이러면 어떨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두 적어놓은 다음, '꼭 하나를 지워야 한다면 뭐를 지울까'라는 질문을 한다. 그래서 하나씩 차례차례 지워나가는 것이다.


내게 소중한 것을 적어본다.

가족, 친구, 여행, 모험, 책, 커피, 와인, 마라톤


이제 하나를 지워야만 한다. 모험은 흥미롭고 재미있다. 어릴 적 읽은 허클베리핀의 모험이 떠오른다. 할 수 없다. 모험을 지운다. 이제 하나 더 지워보자. 아직 7개나 남았는데 벌써 어렵다. 와인. 손에 쥐고 놓고 싶지 않다. 친한 사람들과 기분 좋게 마시는 와인, 달리기로 땀을 흠뻑 흘린후 샤워를 하고 나서 가볍게 마시는 와인 한 잔. 아쉽지만 지운다. 세 번째는 여행을 지운다. 낯선 곳에서의 설레임, 느리게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 인정 많은 그리스 할머니, 꼴 보기 싫은 터키 운전사 아저씨, 환한 웃음의 인도네시아 아가씨 등.


이제 남은 상위 5가지가 뭔지 정리해보자.

가족, 친구, 책, 커피, 마라톤


그래 결심했어. 커피를 지우자. 매일 아침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마시는 진한 향의 플랫 화이트가 없다면 어떻게 살지? 할 수 없지. 이젠 책과 마라톤 둘 중의 하나를 지워야 한다.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눈물을 머금고 책을 지운다. 요즘 마라톤에 꽂혀 있기 때문에 마라톤을 지울 수는 없다. 


이제 남은 것은

가족, 친구, 마라톤


마라톤을 포기하고 싸이클링을 해야만 하나? 가족과 친구,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것은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잔인한 질문이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가족.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러니하다. 가족을 가장 소중하다고 꼽았지만, 되돌아보면 내 가족은 항상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너무 가까이 있기에 당연한 존재.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만약 내일 교통사고가 나서 내 가족이 모두 저 세상으로 간다면? 오늘 퇴근해서 아내에게는 뽀뽀를 하고, 딸의 엉덩이를 두드리고, 아들의 어깨를 어루만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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