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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Mar 16. 2020

밀포드 트레킹 :하얀 포말의 계곡 (Day 3)

맥키넌 패스 대피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왔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살아남았음을 기념하는 사진 한 장을 찍고 출발했다. 여기부터 산장까지는 계속 내리막이었다. 이제야 산 꼭대기에서 바라보이는 절경이 눈이 들어왔다. 산을 내려가면서 보니, 어젯밤부터 쉬지 않고 내린 비 덕분에, 이름 모를 실 같은 폭포들이 여기저기 하얀색을 뽐내며 산꼭대기에서 계곡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밀포드 트레킹 이전에는 한 번도 등산용 스틱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거 없어도 등산을 잘하는데 왜 거추장스럽게 스틱을 이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밀포드 트레킹 연습을 하면서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 길에서 스틱을 한 번 써보고 나서는 생각이 확 바뀌었다. 오르막에서는 힘이 훨씬 덜 들고, 내리막에서는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이 훨씬 덜 했다. 밀포드 트레킹 할 때 등산용 스틱은 필수이다. 가파른 내리막 길을 등산용 스틱을 이용해서 한발 한발 내디뎠다.


일행 중의 자매님 한 분이 약간 절뚝이면서 걸었다. 넘어져서 생긴 부상은 아니었다. 삼일 동안 계속 걷고, 또 내리막이 심하다 보니 다리가 피로해진 것 같았다. 다른 자매님은 다리가 풀려서 가끔씩 휘청댔다. '두 분 다 별 문제없으셔야 할 텐데.' 길 옆의 계곡에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얀 포말이 힘차게 내려오고 있었다.   


맥키넌 패스 대피소에서 3-4 시간을 걸은 후에 퀸틴 (Quintin) 대피소에 도착했다. 이 곳에는 밀포드 트랙에서 처음으로 대피소에서 커피와 핫초코를 제공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공짜였다. 커피와 핫초코를 섞어 한 모금씩 마셨더니 몸이 따뜻해졌다. 테이블에는 과자 한 봉지가 놓여있었다. 먹어도 되는지 궁금했으나, 과자를 향한 유혹은 컸다. 우리 일행에 의해 순식간에 과자 한 봉지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


대피소 안에는 주인 없는 배낭들이 죽 놓여있었다. 이곳에서 서덜랜드 폭포 (Sutherland Falls)까지  갔다 오는데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가량 소요되고, 어짜피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트레커들이 배낭을 벗어 이 곳에 두고 간 것이었다. 서덜랜드 폭포는 높이가 580 m 로서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폭포이다.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자매님 한 분과 내 아내 그리고 나는 바로 산장으로 향하기로 하고, 나머지 분들은 폭포를 갔다 오기로 결정했다. 나중에 서덜랜드 폭포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니 장관이었다. "산 주변을 들썩거리게 할 정도의 웅장한 소리와 10미터 거리에까지 물줄기를 뿌려대는 폭포의 장엄함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폭포에 갔다온 분의 얘기였다.



뉴질랜드 개별 밀포드 트레킹 : Day 3-1 하단 동영상의 2:40 지점부터 서덜랜드 폭포를 볼 수 있습니다. 밀포드 트레킹 하는 분들은 서덜랜드 폭포에 꼭 들려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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