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편] 티끌이 우주가 될 수 있다면야
2014년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현 직장에서는 어느덧 8년 차
연초마다 새롭게 찍히는 연차 개수를 확인할 때면
'직장인도 방학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곱씹는다
여름, 겨울 휴가..
그리고 간간이 느끼던 반나절의 자유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
이 또한 사치가 돼버렸다
연차에서 더 이상 '나'를 찾기 어려웠다
아이가 아프거나 아이가 방학하거나
아이가 학예회 하거나 아이가 놀고 싶어 하거나
'한 달 만이라도 쉬어봤으면'
그러나 막상 '무급휴가 신청' 공지를 보니
너무나 낯설게 느꼈다, 아니 남의 이야기인 듯했다.
대한민국 아빠로서
갖춰져야 할 자질 1순위가 '생계유지' 아니던가
더 나아가 한 조직에 속해있는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내면의 그 무언가 '내가 자리를 비우면 내 책상이 빠져 있을 거야'라는 무언의 압박감이랄까
방학을 부르짖던 나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렇게, 나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현실에 젖는 듯했다.
한 달이 지나고 또다시 무급휴가 신청 공지가 떴다.
'어라?' 눈길이 이제는 멈춰버렸다.
단순 눈가림이 아닌,
정말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일까?
명분도 좋고, 특별한 구구절절 이유도 없어도 되고
무급일지라도 한 달 생계유지가 안 되겠어?
그렇게 공용통장을 수십 번 열어보며
와이프에게 운을 띄우게 됐다.
'딸(주하) 방학도 있는 달에,
그리고 여름휴가도 가야 할 달에'
'내가 미리 딸(주하) 데리고
여름휴가지에 가 있으면 어떨까?'
와이프는 예상과 달리 너무나 흔쾌히 OK 해줬다.
'인생에 있어 한 달은
티끌조차 되지 않는 시간일지라도
그 한 달이 아빠와 딸(주하)에게
우주만큼의 가치가 있을 것 같아'
그렇게 7월, 딸아이와 그냥 떠나기로 했다.
한 달 동안. 발리로.
4월은 결심을 마음속으로
되뇌며 통장 잔고 확인을 수십 번
5월은 혹여나 흔들릴까
마음을 부여잡으며 세부계획을 세우고
혹시나 무급휴가가 끝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에
정보수집 레이더를 계속해서 가동했고
드디어, 실행을 앞두기 1달 10여 일 전
심호흡을 수십 번 하고 부서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저, 한 달만 쉬고 오겠습니다'
어라? 근데 내가 원하던 반응은 이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