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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중간, 끝

[준비편] 때문에 와 덕분에

by 긁적긁적


인생을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재빨라서 유리할 때도 있지만

누구보다 재빨라서 손해를 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구분하는 정확한 기준은 없는 듯하다.

일종의 '감'과 '운'이라 할까?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은 '중간'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시행착오를 하나의 실패로 인식하고

도전을 두려워하는

한국인만의(?) 문화도 한몫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중간이 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7월 한 달 무급휴직 선언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변의 부러움과 기대와 달리,

초조함과 불안함 뿐이었다(지금은 아님)


경영위기 타계를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무급휴가인 만큼

매달 말일에 다음 달 시행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여러 내부 정보통에 의하면

6월을 마지막으로

7월은 중단될 수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하필, 내가, 쓰려고 하는 7월에?'


어렵게 결심한 나의 무급휴가 결심이

물거품이 돼버릴 수도 있었다.


누군가를 닦달한다고 하여,

무급휴가 존폐 여부가

빨리 결정 나는 것도 아니었다.


항공권 예약만 했을 뿐,

어떠한 준비도 하지 못한 채

항공권 취소 규정을 수십 번 확인하며

빨리 시간이 지나기를,

상황이 더욱 악화(?) 되기를 기도할 뿐이다.


수십 번의 고민과 망설임 끝에 결정하면

왜 꼭 쉽게 얻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고 더욱 간절해지는 걸까?


오히려 고민과 망설임 없이 결정하면

왜 너무나 쉽게 얻어지는 걸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출국일(6월 29일)을 일주일 앞둔 시기에

7월과 8월, 무려 2달이나 한꺼번에

무급휴가 신청 공지가 결정되었다.


'이번 건은 누구보다 재빠르게,

결심하고 6월에 썼어야 했던가?'


'아니, 이번 건은 조금 느리게 생각했다면,

8월에 여유롭게 갈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며

'사람의 심리란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앞서 말한

'누구보다 재빠르게,

누구보다 느리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보다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삼느냐인 듯하다.

즉,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물론, 방향에 맞춰 속도도

주변상황에 맞게 잘 따라준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인생은 완벽하게

100% 맞아떨어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래서 '때문에'가 아닌

'덕분에'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비록 내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속도가 어울리지 않아

과정에 있어 초조하고 불안함을 느꼈지만

덕분에 딸과의 발리 한 달 살기가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불붙었다.. 일단 빨리 준비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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