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Conversation

이런 대규모 회의는 처음이야.

by Scribblie

Place

속했던 부서의 최상위 단위를 국이라고 한다면 그 이름은 Place였다. 이렇게 추상적인 부서명이 또 있을까. 장소..? 공간..? 어쩌라는 걸까.. 공간이나 장소와 관련된 모든 일이 속해있어서 그 안에 당연히 시설이나 도시 재생과 관련된 일도 있지만 심지어 경제진흥과 관련된 업무도 함께 있었다. 사실 장소성과 경제는 하나의 덩어리로 유기적으로 엮여있으니 잘만 될 수 있다면 버무려서 업무를 하는 게 이상적이긴 하다.

그 가장 큰 단위의 Place의 직원 전체 회의가 있었다. 흔한 일은 아니었고 2년 간 근무하는 동안 딱 한번 일어났다. Viv가 떠난 뒤 Naz가 부임하고 딱 한번. 딱히 회사생활에서 챙겨야할 이권이나 업무적으로 의견을 내거나 하기 위해서 참석해야할 입장은 아니었지만, 모든 직원들이 가니 흘러가듯 따라가 보았다. 전체적인 흐름도 익힐겸. 모두 참석하는거냐고 물었을 때 (어쩌면 영국에서 참 어리석은 질문) 갈 수도 있고 안갈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고 새끼 오리처럼 따라 나섰다.

거의 반년을 지내고도 영국의 회의문화에 젖어들지 못했던가보다. 의자를 나란히 놓고 앉는 것을 상상하고 갔으니 말이다. 스탠딩 회의라는 게 한국에서는 참 억지스럽다 생각했는데, 이들은 그냥 굳이 의자 놓는 수고를 하지 않을 뿐인 것 같아 보였다. 그만한 수의 의자를 구하는 것도 벅차 보인다. 의자 놓고 다과를 자리마다 놓는 회의는 진짜 VIP회의인 것이다. 가벼운 주전부리식의 Bitesize 점심도 마련되어 있었으니 거하게 준비된 회의임에는 틀림없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채용, 사무실 이사, 간부회의(DCG meeting), 협의사항, 예산에 대한 것이 논의 사항이었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서서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하고, 본인 일이 있으면 중간에 나가기도 하고 또 중간에 들어오기도 한다. 심지어 회의장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듣기도 했다. 유난히 땅바닥에 잘 앉고, 학교에서도 의자가 있는데도 애들을 굳이 교실 바닥에 내려 모여 앉게 하는 걸 보면 이들이 진정 입식문화인가 싶다.


이 자유로움과 자율로움은 늘 당황스럽고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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