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서니 Aug 24. 2024

인간의 존엄성은 돈에서 나온다

본질은 '돈' 자체가 아닌 이 '능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괜히 톨스토이가 아니고 괜히 고전이 아닙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 몇백 년이 지나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지요. 

불행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돈’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돈은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에게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조개껍데기에서 종이 쪼가리로, 통장 잔고로, 주식과 코인으로 형태만 바뀌었다 뿐이지 인간에게 영향을 미쳐왔다는 건 변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한 쪽에서는 ‘중요한 건 돈이 아니다’라 말하고, 한쪽에서는 ‘돈이 제일 중요하다’ 말합니다.

과연 어느 말이 맞는 걸까요? 표현이 다를 뿐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한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인생의 최고 가치는 아니지만, 사람다운 삶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것이지요. 


인간의 존엄성은 돈에서 나옵니다.

존엄성 있는 삶에 대해 각자 정의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존엄성 있는 삶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건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합니다. 


물론, 돈이 없어도 존엄성을 유지하는 현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는 지독히 어려운 일입니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보이면, 함께 줄어들던 마음의 여유를 기억하기 때문이지요. 

돈이 없어서 생기는 굴욕적인 상황에서도 과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가난과 결핍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돈이 필요한 고통스러운 상황들이 있지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 사내에서 고통받고 있음에도 아이가 있는 집의 외벌이 가장으로서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

정신과를 다닐 정도로 대인관계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에도 회사를 다닐수밖에 없는 경우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려고 보니 커리어 공백이 길어 받아주는 직장이 없는 경우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 본질은 돈 자체가 아닙니다. 돈을 버는 능력이지요. 



사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외부 환경에 의한 갑작스러운 파산, 해고, 경력단절로 돈이 끊기는 것은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영역인 거죠.

그럼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스스로 해나가는 '경제 행위'입니다. 이는 경제력, 스스로 돈을 버는 힘이 되겠지요. 어쩔 수 없는 일을 겪은 후 '다시 회복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외부 영향을 아예 안 받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폭풍의 중심부에서는 멀어지도록 해야겠지요. 대안을 만드는 것으로요. 

회사라는 한 바구니에 달걀을 모두 담는 일은 리스크가 너무 큰 일이잖아요. 회사에서 나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자신만의 대안을 두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겁니다. 능력을 갈고 닦아 20년차, 30년차가 되어도 나를 스카웃해갈 회사들이 많도록 만들거나, 회사밖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만듦으로써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돈 버는 힘'의 축이 어디에 있나 볼까요. 회사나 다른 사람에게로 축이 기울어져 있다면, 주도권이 내게 없다는 뜻입니다. 제 경우는 회사 밖의 일을 함으로써 제쪽으로 가져왔는데요. 물론 인력과 자본이 많이 필요한 일은 회사 없이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노트북, 의자, 몇시간이고 앉아있을 수 있는 신체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지요. 스스로 돈 버는 힘을 기르기에 글쓰기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장소라는 제약이 없고, 구성원과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 회사도 없고, 대인 스트레스를 참다가 병날 일도 없습니다. 나 하나만 잘 하면 되는 일입니다.  (물론 불안정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든 일에 있는 리스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게 지금이냐 10년 뒤냐의 차이일뿐.)


뛰어난 머리도, 유연한 몸도, 미술적 감각도, 음악적 재능도 없고 결함만 많은 인간인 것 같아 가끔 슬프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쓰는 일에 집중하라고 모든 면 최약체였나 싶기도 하네요. ㅋㅋㅋㅋ원래 인생은 정신승리로 살아가는 겁니다.


할 수 있는 게 쓰는 일뿐이지만

살기 위해서는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어쩐지 마음에 듭니다. 


글을 쓴다고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어디에도 기대지 않는 독자적인 힘은 길러 나갈 수 있지요. 돈을 버는 '능력'이 곧 행복이자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함께 보시면 좋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