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는 선생님에게 톡쏘는 말을 들었다. 역할 분담에 따라 내 할일을 했을 뿐인데, 고연차의 입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그 마음을 이해하려 하고, 그 일도 내가 하겠다고 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 애써 미소짓고 친근하게 다가가려 했지만 종일 힘들었다. 현장 업무는 정량화, 수치화할 수 없어서 그 선생님은 내가 어떤 일을 하느라 본인을 도와주지 못했는지 모르리라 생각한다. 아침에 선생님보다 20분 일찍 출근해서 수술에 따라 방 세팅하고, 침대와 장비 이동과 세팅하고, 각종 점검표와 방장 카운트하면서 선생님이 수술준비만 할 수 있도록 다른 건 다 서포트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 마음은 그게 아닌가보다. 본인이 역할 분담을 이렇게 나누자고 했으면서, 조금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루고 싶었나보다.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섭섭하고, 억울했다. 같이 분위기 좋게 잘 해보고 싶어서 노력한 게 부족하기만 한가, 속상하고. 덤덤하고 부지런히 일은 했지만 마음은 종일 힘들었다. 가끔 나는 직장에서 그림자같은 존재가 아닐까, 한없이 외롭고 힘들어질 때가 있다. 분위기를 이끌거나 주목받으며 사랑받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에, 있는 동안은 다정한 기대를 하지 않는 게 마음 건강에 좋지 않을까 자주 생각하지만서도. 사회 생활에 대해서는 기대도 희망도 먼저 하지 않는 편인데도, 일상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공간이기에 영향을 최소화해도 한계가 있는 듯하다. 그래도 오늘은 아끼는 후배가, 다정한 동기들이 반갑게 인사해주고 말 걸어주어서 조금은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다.
걱정할까봐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언니랑 엄마한테도 말 못하고, 다른 직종의 친구에게는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애매해서 혼자 안고 있었다. 오빠 퇴근길에 전화하면서 이야기를 해줬더니, 나 대신 화를 내주고 마음을 다독여준다. 여기도 하나 더 있다, 내 편. 주말 동안 본가에서 가족들과 친밀하게 이야기나누고 어울리며 사랑받다가 이토록 차가운 하루를 맞이하니 온도차가 더 심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힘들게 버티지 말고 언제든 내려오라고, 같이 뭐 하고 싶은지는 생각해보자고 늘 이야기해주는 오빠가 기차 출발하기 전까지 꼭 안아줬는데.
헛헛하고 또 아린 날이, 나를 아끼고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이들 덕분에 그래도 좋은 날로 기억되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 고통이지만 조금만 빨리 지나가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