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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멀더와 스컬리 Apr 09. 2023

일곱 살의 트라우마를 지나...

남매일기/아홉살/딸/열세살/아들/일상


딸아이는 언젠가부터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편하게 타지 못한다. 아니 사실 한동안 멈춤 상태였다.


시골에서 돌아오던 어느 날, 고속도로 위에서 큰 사고를 당할뻔했기 때문이다.


어느 젊은 부부가 추월을 하겠다고 차선을 무리하게 변경했고 남편이 노련하게 피해서  겨우 사고를 막았지만 우린 화가 났다.


고속도로 위에서 차를 갈지자로 꺾으며 피해야 했던 찰나의 순간, 오로지 아이들이 다치지 않기만을 바랐다.


한마디 사과도 없이 떠나려는 부부들을 향해 우리는 창문을 내렸고 남편은 말했다.


“아니, 운전을 그렇게 하시면 어떡해요?”


뒷자리 아이들을 생각해서 고르고 고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사과가 아니라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이었다.


나는 소리쳤다.


“사고 날 뻔했잖아요.

아이들이 다칠 뻔했다고요 “


그제야 그들은 부끄러움을 느낀 건지 창문을 닫고 급히 떠났다.


남편이 한 말은 겨우 운전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요,라는

말 뿐이었는데 그는 왜 그렇게 욕을 퍼부었을까. 정말 알 수가 없다. 그들은 벌써 우리를 잊었겠지.


그렇지만 딸아이는 여전히 그날로 되돌아간다. 차를 타자고하면 한동안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무서워요. 못 타겠어요. “


그날 이후 차를 탈 수 없었다. 가족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이십 분 거리의 할아버지댁을 갈 때에도 매번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이동했다. 딸의 마음이 괜찮아질 때까지 우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어르고 달래며 기다린 시간이 일 년쯤 지났을 때, 조금씩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아빠차를 탔다. 처음에는 몇 분 거리의 등하굣길, 그다음은 십 분 거리의 마트, 할아버지댁, 근거리 여행지까지. 이젠 한두 시간 거리까지 차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네 시간 거리의 외갓집은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까? 기다림의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


그날 이후 움직이는 시간보다 서있는 시간이 더 많아진 차는 남편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타지 않아도 쌓이는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세차를 하고, 배터리 방전을 막기 위해 종종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어제는 휴일을 맞아 지하철을 타고 백화점에 가려는데, 어느새 아홉 살이 된 딸이 말했다.  


“아빠, 차 타고 가시죠? 차도 좀 움직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집 앞에 가만히 서있는 차, 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가족들이 못내 마음이 쓰였나 보다.


오늘도 성장하는 아홉 살 꼬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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