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일기/아홉살/딸/열세살/아들/일상
저녁을 먹고 난 후
보글보글
딸아이와 설거지를 시작했다.
딸 : 엄마, 엄마는 어떤 거 설거지할 때가
제일 싫고 어려워요?
엄마 : 글쎄, 엄마는 싫고 어려운 건
별로 생각 안 하는 편인데?
딸 : 그래도 생각해 봐요.
엄마 : 음… 가위? 반찬 뚜껑?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아.
딸 : 저도 그래요. 그럼 좋은 건요?
전 뒤집개를 설거지할 때가 제일 좋아요.
거품도 많이 나고
붙어있는 찌꺼기가 떨어질 때 기분 좋거든요.
엄마 : 엄마는 이케아 물컵 씻을 때가 제일 좋아.
설거지도 쉽고 금방 촥촥 쌓이는 게 좋거든.
딸 : 맞아요. 저도 그래요.
그러고 보니 우린 설거지 취향이 같구나.
몇십 년 넘게 생각 없이하던 설거지였는데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었는데
오늘만큼은
딸아이 덕분에 조금 특별한 설거지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아이와 함께 집안일을 할 때
아이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는 느낌이다.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하게 되고
대답도 평소보다 잘해주게 된다.
일이 끝날 때까지
아이가 떠나지 않고 함께 해야 하므로?! ^^
그 시간이 즐겁다.
아이도 내 맘과 같을까?
아이에게 너무 고된 노동이 되지 않기를…
아이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