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일기/아홉살/딸/열세살/아들/일상/어록
열세 살 아들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아들 사춘기 왔어요? “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사춘기가 온 건가? “
그냥 지금의 아들은...
엄마만큼 키가 자랐고
아빠보다 발이 크고
얼굴엔 여드름이 자리 잡았고
입술 위가 조금 거뭇거뭇
목소리는 감기에 걸린 듯하다.
전보다는
이불을 잘 개고
책상정리를 잘하고
안 먹던 어른 반찬을 잘 먹고
좋고 싫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잘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양말을 뒤집어 벗고
공부하기 싫어하고
꼬꼬마 동생이랑 사소한 일로 다툰다.
여전히 쫑알쫑알 떠들고
안아달라 팔 벌리고 다가온다.
‘사춘기가 온 걸까?‘
아들은 매일 자라고
매일 조금씩 변한다.
아들의 변화가 사춘기라면
어쩌면 아들은
매일 조금씩
사춘기에 스며들고 있는 게 아닐까.
마치 첫사랑처럼
지나고나야 알 것 같다.
지나고 나서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사춘기였던 거 같아요. “
조금씩 완성되어가고 있는
미완의 아들.
스스로를
‘ㅈㅈㅎ 버전 쓰리(version3)'라고 말하는 아들
여전히 말 안 듣고, 조금은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