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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루클린 시너 Mar 18. 2023

왜 미국은 '한미일' 매직에 꽂혔을까


 한미일 한미일~ 신나는 노래?

"한미, 미일간 양자 측면도 중요하지만 한미일 3자 협력도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는 3국이 직면한 북한의 위협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에 대한 공동 비전에도 중요하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 3월8일-


최근 며칠간, 미국이 동북아 정세를 언급할때 거의 빠지지않는 말이 있다. 바로 ‘한미일’ 이란 말이다. 한미일 한미일~유행가 가사는 아니지만 익숙한 표현이다. 미국의 동북아 동맹을 엮어서 부르는 말이자 냉전기 ‘북중러’와 선명한 보색대비를 이루며 이념 대결의 장으로서 동북아를 설명하는 프레임 정도가 되겠다. 새로울것도 없는 말이지만 바이든 정부들어 사용빈도가 증가하더니 근래들어선 그 언급횟수가 부쩍 높아졌다. 특히 ‘한미일’은 ‘3각 (안보)협력’과 쌍으로 묶이는 빈도도 높아졌다. 미국 스스로(프라이스 대변인) “최근 몇년간 또 최근 몇 달간 우리가 더 할 수 있었던 것은 한미일 3국 협력”이라고 말할 정도다. 말하자면 신조 어였던 한미일은 단순한 지역 묶음의 일반명사처럼 쓰이다 어느덧 특정한 의미로 고정된 보통명사처럼 굳이지고 있는데, 이걸 상징적으로 보여준게 바로 지난 16일이다.   

어쩌면 2023년 3월16일은 앞으로 미국에 역사적인 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만난날이다. 이제 과거는 털고 미래를 위해 사이좋게 지내자며 악수한 날이다. (우리나라에선 왜 가해측의 사과도 배상도없는데 피해측이 일방적으로 과거를 털자고 말해야하는지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반대 의미로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역사적이 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한일 두정상 가운데서 서고싶었을지도 모른다. 끝까지 버텨 거의 다 얻어낸 기시다 총리보다 더 기쁜 사람은 바이든일지 모른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안을 발표했을때, (문제 핵심인 일본측의 사과와 배상 참여가 모두 빠져 국내선 논란이 컸지만)윤석열 정부가 일본과 관계개선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설명했을때, 바이든은 현지시간 한밤중임에도 “신기원적인 새 장(a groundbreaking new chapter)을 장식할것”이라며 마음껏 기뻐했던 터다. 미국이 그토록 원하던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의 문이 열리는 순간, 어쩌면 바이든은 한일정상이 만나는 도쿄로 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한미일 한미일~ 유행가 가사는 아니지만, 미국으로선 신나는 노래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일제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대해 물개박수로 환영하는 이유는 한미일 3각 협력의 걸림돌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일은 역내 경쟁관계이자 과거사때문에 서먹한 사이였는데, 화해를 했으니 미국 입장선 신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왜 바이든 정부는 한미일을 하나로 묶는데 그렇게 관심을 쏟는 것일까. 배경을 알기위해선 가깝게는 10여년 전 오바마 시절, 멀게는 2차대전 직후까지 거슬러올라가야한다.


한미일은 오직 한 곳만 가리킨다

예일대 교수인 니콜라스 스파이크먼은 「세계 정치에서 미국의 전략:미국과 세력균형」(1942)에서 장차 중국의 급부상을 예언하며 아시아 지중해 라는 개념을 창안한다. 대만, 싱가포르, 호주의 케이프 요크를 잇는 삼각형 안의 바다로 지금의 남중국해 대부분인 지역이다. 이곳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해양 교통의 요지이다. 미국이 인도ㆍ태평양으로 움직이는 복도이자 중국이 태평양으로 접근하는 통행로인 셈이다. 스파이크먼은 당시 2차대전이 끝나면 아시아지중해가 미국에 가장 중요한 전략적 공간이 될거라 예측했고, 따라서 이곳이 단일 국가에 의해 지배되는 것은 미국에 매우 불리하다고 역설했다.

출처: 구글맵

하지만 냉전이 도래하며 아시아지중해는 오랫동안 미국의 전략 우선순위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미국은 위협체크 리스트를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결과 아시아지중해, 지금의 남중국해가 핵심 지역, 즉 초크 포인트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실제 이곳은 미중 해양갈등의 핵심지역으로, 특히 중국이 인공섬을 만들고있는 스프래틀리 군도를 포함한 해역이다. 중국은 이른바 구단선을 그어 이 일대의 영유권을 주장했고, 미국은 항행의 자유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개념을 근거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말했듯 미국은 중국이 부상하며 외교안보 전략 체크 리스트를 재점검하기 시작하는데, 중국을 잠재적인 위협이라는걸 공식적으로 전략기조에 반영하기 시작한건 대체로 오바마 정권 1기인 2011년을 기점으로 본다. 오바마는 그해 11월 에이펙 참석차 호주를 방문해 이렇게 말한다.

“10년간 두 번 전쟁 치르면서 적지않은 피와 돈을 대가로 지불해온 우리 미국의 관심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옮아가고 있다”

 

남중국해를 비롯한 역내에서 목소리를 키우려는 호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서 미국 외교의 우선순위를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기겠다는 공식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곧바로 얼마지나지않아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외교잡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미국의 태평양 세기’라는 글을 기고하는데, 바로 여기서 그 유명한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즉,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공표된다. 2차대전후 유럽부터 극동까지, 북극해서 남극까지 전지구적으로 소련 봉쇄에 집중하던 미국이, 냉전이 해체되자 테러리즘 분쇄를 목표로 중동으로 이동했다가, 별다른 소득없이 다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위해 아시아로 방향을 돌린 셈이다.

그래이엄 앨리슨은 ‘예정된 전쟁’에서 당시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엄청난 팡파르를 울리며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축을 이동하여” 워싱턴의 관심과 자원을 중동지역에서 아시아로 옮긴다고 공표했다. 오바마는 아태 지역에서 외교경제 군사적 차원의 참여를 늘리기로 약속하고 중국의 부상이 그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앞으로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알렸다. 오바마는 이 ‘재조정’을 자신의 내각이 이룬 특별한 주요 외교정책 성과들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이과정은 클린턴 장관 재직 당시 국무부 차관을 지낸 커트 캠밸 주도로 진행됐다. (앨리슨, 2017)
 


결국 피벗 투 아시아는 아시아 전략 재편성으로 이어지고, 아시아전략 재편성은 인도태평양 개념을 잉태했으며 이는 다시 쿼드를 낳았으니 이 모든게 한곳을 가리킨다. 바로 중국이다. 그리고 이 전략을 더 튼튼히 하기위해 한미일 3각 블록화는 필수적인데, 맨위에서 언급한 프라이스 대변인이 “3국 협력은 북한의 위협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에 대한 공동 비전에도 중요하다”고 언급한 이유와 상통한다.


철지난 유행이 된 '허브 앤 스포크'

그렇다해도 꼭 한미일을 하나로 묶을 필요가 있는가. 이미 미일동맹은 지구밖 우주까지  뻗어가며 물아일체 경지에 이르고 있다. 한미동맹 역시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는데, 윤대통령이 바이든 정부 들어 단 두번뿐인 깐깐한 국빈방문 자격으로 다음달 미국에 가는게 그 증거라는 하고있다(한번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한미와 미일 동맹이 쳇바퀴처럼 잘 돌아가는데 굳이 한미일을 엮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선 한미일을 반드시 엮는게 필요하다.  

흔히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허브 앤 스포크’ 체제라고 한다. 자전거 바퀴를 생각하면 쉽다. 스포크(Spoke)는 자전거 바큇살을, 허브(Hub)는 바큇살이 모이는 가운데 축을 의미한다. 흔히 물류, 항공 등 분야에서 거점이 한곳으로 모이고 분산하는 효율적 체제를 설명하는 표현이다.

출처: The ASEAN Post, 'The Shift in the East Asian order'

동아시아 국제정치에 적용하면, 미국을 축으로 한국, 일본 등이 각기 다른 일대일 개별 동맹을 유지하는 체제를 가리킨다. 이 체제에선 개별 동맹국들은 미국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갖지만, 이웃의 미국 동맹국들과는 직접 연결이 되지않고, 따라서 동맹국들 사이 안보적인 협력을 할 필요성이 약하다. 즉 한국과 일본이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아도 미국과만 동맹을 강화하면 체제를 보장하는데 크게 지장을 받지 않게 되는 셈이다.

냉전시기 허브앤스포크 체제는 효율적으로 작동했다. 미국은 다자간 동맹에 비해 훨씬 깊숙이 개별 동맹국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일본을 주요 동맹 파트너로 삼아 소련과 중국의 공산주의 세력을 견제한다는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구체적 실행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최용섭, 2022)


그런데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본격 추진하면서 허브앤스포크는 한계효용에 직면한다. 기존 허브엔스포크 체제는 역내 안보 이슈를 다루는데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유라시아와 인도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을 봉쇄하기엔 효율적이지 않은 시스템이다. 중국을 견제하려면 역내 동맹국들의 군사력을 하나로 통합 운용하는 게 효과적인 것이다.

동맹 네트워크 확대는 미국의 군사자산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미국의 국방예산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일본에 보다 많은 재량권을 제공해 상대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부담도 덜 게 된다. 나아가 동북아 한미일 3각 구도는 남중국해, 서아시아 등을 거쳐 유럽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전 지구적으로 새로운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냉전시기 몸에 꼭맞고 첨단을 달리던 허브앤스포크 체제는 이제 유행이 한참 지난 올드패션이 된 셈이다.  

다만 허브앤스포크 체제는 양자 성격이 크기 때문에 미국이 아무리 원한다해도 상대가 소극적이면 추진이 쉽지않다. 그런데 미국입장에선 다행이게도 미일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 사실, 일본은 미국 못지않게 중국을 견제하는데 목소리를 내고있다. 따지고보면 인도태평양을 묶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공한이도 아베 전 총리다. ‘전쟁을 할수있는’ 보통국가를 꿈꾸며 아시아에서 다시 영향력을 회복하고 싶은 일본, 그런 일본을 앞세워 아시아에서 군사력을 효율적으로 투사하고 역외균형을 이루려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측면이 크다. 그렇다면 이게 한국에도 좋은가.


한국, 부러진 바큇살 신세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지금까지 일종의 유사삼각동맹으로써 대미관계와 동북아의 정세변화에 따라 때로는 보완재, 때로는 대체제 관계였다. 미국이 대아시아전략에서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본격화한 것은 2012년 6월 한미외교국방장관 회담 공동선언과 2013년 10월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이다. 여기서 현재 및 부상하는 위협에 북한과 중국을 포함시킴으로써 한미동맹과 미일 동맹의 위협 인식을 일치시키고자 했다.(김준형, 2015)

출처: KBS

이후 오바마 정부는 박근혜 정권을 압박해 위안부합의를 도출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협정(GSOMIAㆍ지소미아)도 체결하게 만든다.  

허브앤스포크가 한미일 3각구도로 재편성 될 경우, 미국과 일본의 이익은 분명하다. 하지만 더 분명한건, 한국의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지구적 안보나 세력균형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북핵 대응이 더 급선무인 한국 입장에선 여전히 한미동맹 체제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집안이 우선 평안해야 밖으로 눈을 돌리는건 동서고금 진리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인 것이다.

오히려 미중간 불필요한 긴장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미일은 중국을 명시적으로 위협으로 규정했지만 한국은 아니다. 정작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불필요한 미중갈등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동북아 질서가 재편되면서 외교적 재량과 자율성은 제한받을 수 있다.   

게다가 한미일 안보협력이 아직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 혜택도 크지않다. 지난달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쐈을때 우리 국방부가 일본보다 더 빨리 더 정확히 파악했다. 일본은 2발이라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실수라고 정정했다. 우리보다 정보력이 떨어진다는걸 스스로 공개해 체면을 구겼다. 단거리 미사일의 경우엔, 우리 군당국의 능력이 훨씬 뛰어난 셈이다.

반면 지난 16일 북한이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을땐, 우리 군보다 일본의 정보가 훨씬 정확하고 빨랐다. 북한이 더 높이 쏘아올리니 더 멀리 떨어진 일본쪽에서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했던 거다. 결국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쏘면 우리가,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일본이 좀 더 군사적 능력의 비교우위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장거리미사일은 한국보다 미국, 일본에 더 위협적이다. 우리에겐 남한 전체를 사정거리로 둔 단거리 미사일이 더 치명적이다.

결국 한미일 3각 협력이 이뤄지고, 북핵 정보를 실시간 공유한다면, 한국에 더 치명적인 단거리보다 미일에 위협적인 ICBM 등에 집중될수밖에 없다. 일본은 큰 도움을 받지만, 우리는 상대적으로 엄청난 실익은 없는 셈이다. 한미일 3각구도는 우리보다 미국과 일본에 더 큰 이익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정부도 한미일 한미일~유행가처럼 신나게 부르고있다. 한미일 3각 공조는 필요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고집하는한 한미일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효과적인건 분명하다. 그런데 딱 그정도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미국과 일본 못지않게 한미일에 진심이다. 한미일 그 자체가 목적이 된 것처럼 보인다. 김성한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지난 7일 워싱턴에서 “한미와 미일은 실선인데 한일은 점선”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100점짜리가 아닌 부족한 부분이 존재해 북한이 한미, 한미일 관계 이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빌미를 줬고 우리 국익과 저촉됐다”고 설명했다.

맞다. 북한의 도발과 이간질은 그간에도 수없이 있었고 한미일 찰떡 공조가 어느정도 북한을 제어해줄 수 있다. 그런데 한미일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2000년대 초 북미 국교수립 직전이나 2018~9년 북미정상회담 시절, 북핵 해결에 근접했던 시기는 정작 한미일 3각 협력과 큰 관계가 없었다. 말하자면 한반도에서 한미일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셈이다.

정부는 북핵 위협 때문에 한미일을 생각하지만, 미국은 오로지 중국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보다 미국이 더 하고 싶어하는거다. 이럴땐 짐짓 “미일 너희들이 그렇게 원하니 내가 통크게 참여해 줄게”라며 명분을 얻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게 힘들면 “대신 참가비 정도는 받아야겠어”라며 실리라도 챙기는게 필요하다. 그게 외교다.   


 [참고문헌]

 김동기(2022), 『지정학의 힘』

 그레이엄 앨리슨(2017), 『예정된 전쟁』

 최용섭(2022), 『신냉전에서 살아남기』

 김준형(2015), 「아베 정부의 안보정책 전환과 미국의 재균형전략」, 『아세아연구』58(4),42~71

 뉴스1, 「美전문가들 “한일정상회담 성공적…韓 국내여론 가장 큰 도전”」, 2023.03.17

 한겨레, 「‘인도-태평양’과 한미일 삼각동맹은 양립 안 된다」,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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