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가장 오랫동안 불리는 내 명칭이다. 내게 "살며"는 "가르치며" , "배우며"와 같은 진행 서술어다.
그런데 요즘 나는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는다. 가르칠 사람도 없거니와 가르칠 내용도 없다. 아니 내가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 같이 느껴져서 누군가에게든, 뭐든 가르칠 의도가 전혀 없다. 그래서일까? 선생님이라 불리는 게 조금 낯설다. 이웃 누구도 나를 선생님이라고 칭하는 이가 없는 이 시골살이가 내게는 그런 점에서도 현재로는 딱 적격이다.
그렇지만 나는 많이 배운다. 내가 만나는 많은 사림들에게서, 아니 인생 그 자체에게서.
내가 배우는 것 중에 가장 큰 건 내 착각의 크기와 깊이다. 나에 대해서, 사람들에 대해서, 세상 이치에 대해서 내가 잘 못 알고 있는 게 너무 많다.
그리고 내가 받는 가장 강도 높은 훈련은 부정적 감정을 경험할 때, 알아차리고 인정은 하되 거기에 올라타서 움직이는 걸 하지 않는 거다. 내 작업을 먼저 해서 풀어낸 후에,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반응할 수 있는 시간과 상황을 만들어 내는 훈련을 계속한다.
쪼금씩 자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심리적 , 정서적 성장판은 아직 닫히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