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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키 Jul 14. 2024

순발력과 날 것 그대로가

계획 속에 스며들어 가려면

내가 미리 지어 놓은 3회째 연재 제목은, "설렘 캠프 청사진"이었다. 설렘 캠프는 내 심리상담센터의 닉네임이다. 청사진은 말 그대로 상상력이 구체화된, 지각과 시각의 협업, 그 결과물이 아니런가? 계획된 창의력산물 같은 거 말이다. 내가 바라는 일터를  좀 그럴싸하게 그려보려고 작정했던 계획이었으니, 다가오는 대로 맞이하는, 기존의 즉흥적인 삶 방식과는 사뭇 결이 다른 시도였다.


연재를 꿈꿀 때는 내가 그래도 마음의 여유가 좀 있었나 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 상황의 차이는 별로 없지만, 지금은, 막연한 바람을 구체화시키고 그 걸 또 글로 표현하겠다는 게 얼마나 큰 야심이었는지를,  순간 자각할 만큼 빠듯하고  조이는 듯한 마음인 게 크게 다르다.


상상력에 의지해 내 꿈을 진행시키기는커녕, 난 지금 밥 먹는 때도 놓쳐가며 그릇 포장을 하고 있다. 평생 꿈이었던 상담센터가 내 바람대로 실현 가능한 듯 다가왔는데, 그게 어떻게 생겨야 할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다. 지금 당장은 1분 1초를 아껴서 미친 듯이 일해야만 하니까. 브런치 연재글에 관한 것만 아주 잠깐 예외로 일탈을 허용한다. 유일한 숨 쉴 구멍이니까.


매주 6시간씩 라방을 통해 판매한 것들을 우체국 택배로 보내는 일에 매진해야만 한다. 게다가 아일랜드와 영국 현지 라방을 통해 판매한 것들 중에는 두 달이 다 돼 가는데 아직도 보내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 그 압박감에 돌아가실 지경이다.


지금 이 글도 박스와  뽁뽁이와 종이 더미 사이에 철퍼덕 앉아서 급하게 톡톡 거리고 있다. 이렇게 엉망인 글을 쓰고 공개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 부끄럽고 한심하게 여겨지긴 해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선택했으니까.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은 부끄러움울 회피하지 않는 거로 진다.


요즘 내 모토 "하지 않는 거보다 엉망이라도 결과물을 내놓자."를 준수하려고, 일요일이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기 전에 올리려 한다. 이전의 방식과 반대로 하는 거에 의미를 두면서. 그래서 손과 마음이 급하다. 나의 모자람은 그다음에 인정하기로 한다. 


난 즉흥성과 날 것 그대로의 경험을 높이 쳤었다. 그런데, 깨달았다. 즉흥적인 것이 의미와 가치를 지니려면 그 바탕에 탄탄한 실력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걸. 그래야 예기치 않은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덜 섣부른 결과로 자타를 덜 실망시킬 테니 말이다.


그리고 더 확연히 알게 됐다. 내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기에는 내 준비가 너무 미약하다는 걸. 청사진을 그리기는커녕 현 구조물이 쓰러지지 않게 버팀목 확인부터 해야 된다는 걸. 지금 내 생활과 생존의 버팀목은 앤틱판매다. 내 삶의  필수 요소들을 충당시켜 주니까.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장사꾼이 내 가치 리스트, 우선순위 최상위에 있다.


내게 편하고 익숙한 나의 옛 방식, 즉흥적이고 순발력 있는 삶을 영위하려면 내 일상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깔끔한 공간과 넉넉하진 않아도 모자라지는 않는 고정 수입이 있어야겠다. 곧 이룰 수 있을 거 같으니, 조금만 더 미친 듯이 일하자 더키야!


청사진아~~ 미안해!

우리 만남을 조금만 미루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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